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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Sep 30. 2024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열심히 살았다.

학교 가고 공부하고 회사 가고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솔직히 엄청 치열하게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순간순간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삶이 지금 이 삶인가?


학생일 때도, 직장인일 때도, 엄마가 됐을 때도 나는 이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삼시 세 끼 잘 먹고, 아픈 곳 없고, 해야 할 일 그럭저럭 잘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잘 사는 거지.'

생각했다가도

'근데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거야?'

마음이 흔들렸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가는 것 같았다.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지도가 있었다.

공부하고 대학 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 길이 그려진 지도 말이다.


다른 길을 찾고 싶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고 싶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남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는데

정작 내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찾을수록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봤다.


혹시 스님께서 너무 지나친 것을 구하는 것 아닐까요?
구하기에 전념한 나머지 결국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중략)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바로 당신 눈앞에 있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싯다르타


내가 원하는 삶을 찾겠다는 목표를 바라보느라 내 눈앞에 있는 것을 못 보았다.

내 눈앞에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었다.

우리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었고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었다.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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