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는 글을 읽었다.
아이가 네다섯 살쯤이었을 때가 생각났다.
아이는 매일매일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었다. 아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없을 거 같아서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엄청 고민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는 아는 이야기를 들려줬어도 매번 재밌게 들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걸 몰라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그래서 자꾸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하다 보니
아이도 어느새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지 말걸.
이제라도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지?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여 들을만한 이야기가 뭘까 고민했다.
엄마(아이의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오셔서 자고 간 날이 떠올랐다.
아이는 외할머니와 자겠다고 하며 침대에 같이 누워서는
외할머니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외할머니의 첫사랑이라니!
어찌 이렇게 깜찍한 질문을.
웃음이 픽 나왔다.
벌써 사랑에 관심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결정했다.
그건 바로 엄마 아빠의 러브스토리!
아이한테 "엄마 아빠 연애했던 이야기 들려줄까?" 물어보니 아이는 신이 나서 들려달라고 했다.
나는 아이 아빠와 처음 만났던 순간, 첫 데이트 신청, 사귀자고 고백했던 날 등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듣다가 이야기가 끝나면 "또 해줘. 또 해줘." 하며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아이는 틈만 나면 엄마 아빠 연애했던 이야기를 들려달라 했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건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아이 아빠가 프러포즈한 날의 이야기도 했다.
"사실 엄마는 아빠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어. 어렸을 때부터 난 결혼 안 할 거라고 말했었지.
그런데 아빠를 만나니까 아빠랑 있는 게 너무 좋은 거야.
계속 같이 있고 싶었어. 그래서 결혼을 했지."
아이는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그럼~ 휘영이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라고 답해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러브스토리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그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게 '나'이므로
엄마 아빠의 사랑 이야기는 나의 탄생 설화가 된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에 대한 답이 된다.
오늘은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대신 엄마 아빠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