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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Nov 04. 2024

너만 보면 웃음이 나

집 앞 공원에서 동네 축제를 하는 날이었다.

태권도, 악기 연주, 노래 등 다양한 공연을 하고 달고나 만들기, 그림 그리기, 보물찾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날씨도 좋아서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노는 건 지나칠 수 없는 우리 아이도 여러 체험을 하며 즐겁게 놀았다.

금붕어 잡기 놀이 부스에서는 같은 학교 아이들을 만났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도 옆에 계셨다.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인사해 주시고 말을 붙여주셨다.

아이들이 금붕어잡기에 푹 빠져있는 동안 엄마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아이 엄마가 갑자기 기억이 떠오른 듯 말을 꺼내셨다.

"아! 그러고 보니까 학부모공개수업 때 뵀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랑 아이가 계속 웃고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학교에서 처음으로 학부모공개수업을 했던 날 우리를 보신 거였다.

나도 그날을 떠올려보았다.


엄마가 학교에 와서 신이 난 아이는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엄마를 데리고 다니며 학교 소개를 해주었다.

여기가 우리 반이고 옆에는 양호실이 있고 자신의 자리는 여기라며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아이가 참 귀여웠다.

수업종이 울려 아이들은 제자리에 앉고 학부모들은 교실 옆, 뒤에 둘러 섰다.

아이는 수업하는 동안 엄마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웃었다. 아이의 웃음에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엄마가 자기 반에 와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좋았는지 평소보다 더 업이 되어 보였다.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가득, 엉덩이가 들썩들썩, 입이 근질근질해 보였다.

그래도 수업시간이니 제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들으려 노력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쾌활하고 밝은 아이의 모습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계속 웃고 있었나 보다.


부모의 웃음은 아이가 자라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며 웃으면 아이는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어 자존감과 자아효능감이 생길 것이다.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우스운 표정을 짓고 춤을 추고 웃긴 얘기를 한다.

재밌는 걸 보면 꼭 같이 보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난 그냥 웃기만 하면 된다.

걱정과 불안은 잊고 지금 이 순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오늘도 아이를 보며 웃었다.

요즘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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