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에 가는 취미가 있다.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읽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꼭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다. 이 책도 그렇게 발견했다. 매대 위에 놓여있는 책들 중 빨간색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살인자의 기억법'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떤 내용일까? 앞부분만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살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무엇이 사실인지 망상인지 혼란스러웠다. 책을 집어 든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읽고 난 후에도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사서 두 번 세 번 다시 읽었다. 읽을때마다 새롭다.
책을 읽으며 필사를 종종 한다.나의 글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필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은 한 번 더 쓰면서 더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쓰기를 해보고 싶었다. 손으로 쓰기엔손이 너무 아플 거 같아 컴퓨터로 타이핑을 했다. 타이핑을 하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기억이 안 나는 부분들도 있었다. 내 기억이 맞는지 의심하며 책을 읽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이런 기분이었을까.따라 쓰기를 끝낸 후 내용을 정리해본다.
김병수의 첫 살인 대상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를 죽일 때 어머니와 동생의 도움을 받았던 김병수는 혼자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가진다. 더 완벽한 살인을 꿈꾸며 다른 이들을 살인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가 마흔다섯, 베개에 숨 막혀 죽던 때의 아버지 나이, 에 마지막 살인을 한 후 연쇄살인을 멈춘다.이게 무슨 의미일까? 아내와 딸을 때리던 아버지는 폭력 그 자체였다. 아버지는 죽었지만 아버지가 가하던 폭력은 남아 김병수는 다른 피해자들을 살인하는 형태로 그 폭력을 이어간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던 나이, 마흔다섯이 되었을 때 비로소 폭력이 멈춘다.
김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요양보호사인 김은희 씨를 만나면서 망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어린아이인 은희를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을 잊고 은희의 엄마, 아빠만 죽인 후 은희는 입양해서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망상 속 박주태는 젊은 시절의 김병수다.알츠하이머로 인해 시간을 거슬러 살인의 시절인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다시 연쇄살인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희를 노린다. 젊은 김병수는 은희를 죽이려 하고, 늙은 김병수는 젊은 김병수로부터 은희를 지키려 한다. 젊은 날의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연쇄살인범에게 알츠하이머는 신의 선물이자 형벌이다.시간을 역행하여 다시 연쇄살인을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기억을 잃어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한다.
"당신은 이해를 못 해. 누구보다 그 장면을 기억하고 싶은 게 바로 나라는 것을. 형사 양반, 나도 기억을 하고 싶다고. 왜냐하면 나한테는 너무 소중한 것이니까."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