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하는 것을 정말 안 좋아한다.
화장을 하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느낌이고
얼굴을 마음대로 못 만져서 불편하다.
나는 피곤할 때면 마른세수하는 버릇이 있는데
화장을 하고 그랬다가는 판다가 된다.
나도 예뻐 보이는 것은 좋아한다.
솔직히 맨 얼굴보다는 화장한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
20대 초반에는 화장을 자주 했었다.
평소에 눈 화장까지 하지 않더라도 피부톤을 화사하게 해주는 베이스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데이트가 있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면 공을 들여 화장을 했다.
그때도 화장을 좋아하진 않았다.
불편했으나 예뻐 보이고 싶어서 했던 것이다.
화장을 자꾸 하다 보면 화장을 하지 않은 내 얼굴은 단점 투성이처럼 보였다. 눈은 작아 보였고 피부는 어두워보였고 눈 밑에 기미들은 지저분해 보였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화장을 안 하게 됐다.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아이에게 화장품이 묻는 게 싫어서 더 안 하게 됐다. 화장을 하고 아이에게 뽀뽀도 못 하고 얼굴도 못 비비는 것보다 화장을 하지 않고 아이에게 뽀뽀를 퍼붓고 얼굴도 비비면서 온몸으로 꼬옥 안는 것이 더 좋았다.
코로나가 생긴 후에는 화장을 더욱더 안 하게 됐다.
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끼는 건 정말 찝찝하다.
화장이 얼룩덜룩 묻은 마스크를 다시 쓰는 건 정말 싫다.
화장을 거의 안 하게 되면서 나는 나의 본래 얼굴을 받아들였다. 기미가 있으면 있는 대로 피부톤이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그 자체로 괜찮다.
더 이상 거울을 바라보며 내 얼굴의 단점 찾기는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하얗고 피부가 깨끗하고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할 수는 없다. 나를 정해진 그 하나의 미의 기준에 맞출 필요 없다.
요즘 나는 평소에 화장을 전혀 안 한다.
아주 가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하는데 그마저도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하기 싫다.
그런데 화장을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결혼식.
친구의 결혼식에 가야 하는데 화장을 꼭 해야 하나 고민했다. 화장을 안 하고 가자니 뭔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
화장은 예의일까?
누구도 나한테 결혼식 갈 땐 꼭 화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왜 난 그렇게 생각할까.
결혼식을 갈 때면 화장도 해야 하고 옷도 차려입어야 하고 불편한 구두도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없다며 옷을 사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는가.
나는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가는 것인데 나의 차림새가 왜 중요할까.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나는 화장을 했다.
불편한 옷을 입고 구두를 신었다.
겉모습은 평소보다 예뻐 보이지만 마음은 찜찜하다.
나는 아직도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