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을 못 하는 건 아이일까? 나일까?
아이에게 짜증 내지 말라며 내가 짜증을 낸다
오후 6시. 이제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치즈, 얼마 전에 만들어 놓은 베이컨 야채 볶음, 토마토소스, 냉동해놓은 식빵이 있었다.
'피자나 만들어볼까.'
식빵에 소스를 바르고 베이컨 야채볶음을 올리다 스파게티도 같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스파게티를 잘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어 아이에게 스파게티를 먹을 건지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 짜장면 먹을래."
우리 아이는 짜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너무 자주 먹어서 나는 중국음식에 정말 질려버렸다. 그래서 아이와 둘이 있을 땐 되도록 중국음식을 안 시키려고 한다.
"♡♡아, 오늘은 아빠가 늦게 와서 ♡♡이랑 엄마랑 둘이 밥 먹어야 돼. 짜장면 한 그릇만 시킬 수는 없어서 짜장면은 아빠 있을 때 먹자."
"저번엔 한 그릇 시켰었잖아."
"그땐 탕수육도 같이 시켰지."
"나 탕수육도 먹을래."
"우리 둘이 탕수육이랑 짜장면은 다 못 먹어."
"아! 나 짜장면 먹을 거야! 짜장면~!"
지겹다. 저 짜장면 타령.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엄마가 힘들게 요리해주는 걸 고마운 줄도 모르고. 아이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게 말해야 말을 더 잘 듣는 아이인 걸 알면서도 나는 표정이 굳고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가 나왔다.
"짜증 내지 마."
아이에게 짜증 내지 말라며 내가 짜증을 냈다.
"짜증 내는 거 아니야."
"오늘은 짜장면 안돼. 항상 ♡♡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 걸 먹을 순 없어. 엄마가 이미 다른 음식 준비하고 있어서 오늘은 이거 먹어야 해."
"뭔데?"
뭐를 얘기하든 아이가 싫다고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평소에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닐 때면 "아~ 이거 내가 싫어하는 건데. 맛없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먹어보지도 않고서. 평소엔 "엄마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 속상해. 먹어보고 맛없으면 안 먹어도 돼."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선 아이한테 먹기 싫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었다. 그러면 화가 폭발할 거 같았다.
"♡♡이가 싫다고 할 거 같아서 얘기 안 해."
"나 점점 화나."
"엄마도 화나."
"엄마랑 얘기 안 할 거야."
아이는 거실에서 툴툴대며 보드게임을 했다. 나는 주방에서 덜그럭 덜그럭 소리를 내며 요리를 했다. 결국 그냥 스파게티와 피자를 만들었다. 아이도 나도 마음이 좀 풀리고 저녁을 먹어야 할 텐데. 내 마음이 안 풀리니 아이에게 계속 짜증 난 말투가 나올 거 같았다. 그런데 아이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아이가 약간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 맛있는 냄새난다. 내가 좋아하는 거 한 거 같은데~"
아이가 엄마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고마웠다. 그리고 대견했다. 어른인 나도 나쁜 기분에 사로 잡혀 내 기분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는 나보다도 더 빨리 그 기분을 없애고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다. 어쩌면 감정 조절은 나보다 아이가 더 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고마워. 엄마한테 먼저 얘기해줘서. 엄마가 좋게 이야기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아. 나도 미안해."
"괜찮아."
아이에게 스파게티와 피자를 줬다.
"우와~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네~"
아이는 마치 엄마한테 '이것 봐. 나 잘 먹는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열심히 먹었다.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아이가 저렇게 눈치 보며 애써 먹게 만들어 미안하기도 했다.
감정 조절 참 어렵다. "짜증 내지 마"라는 말은 더 짜증 나게 만든다. 그냥 시간을 주는 수밖에 없다. 아이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하고 있다. 나는 내 감정부터 잘 다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