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역시 위로와는 거리가 멀다. 논리를 통해 감정적인 문제에 접근하려는 전략은 실패하기 마련인 것이다. 논리는 감정을 무력화시키고자 시도하지만, 감정은 약점이 아니고, 무용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우리의 감정은 유용한 동시에 중요하기도 하다. 대화 당사자들이 IQ와 EQ를 모두 사용할 때만, 비로소 훌륭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라고 누차 강조하는 이 책은 대화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은 'TED' 대화법 분야에 최고 조회수를 자랑하는 '셀레스트 헤들리'의 책이다. 그녀는 방송국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이며 강연가, 대화 전문가로 활발히 활약 중이다. 대화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그녀의 이 책은 대화의 기본 규칙을 설명하고 있는데, 소통의 불편을 느꼈던 현대의 사람들이 미쳐 놓친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훌륭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흥미로운 주제를 준비하고 상대의 말에 호응해 주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 되는 대화는 공감능력이다. 진심 어린 표정으로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인기 아나운서인 이금희 씨는 소통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중간에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아이고, 저런, 어머' 이런 추임새가 대부분이다. 함께 눈물을 훔치기도 해서 너무 감정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진심을 다해 상대를 대한다는 생각에는 의심이 없다.
그녀가 출간한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는 책에는 공감과 위로의 말에도 순서가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언제까지? 후배가 먼저 물어볼 때까지.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만한 실수나 실패가 아니라면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더러는 눈물도 흘리고 때로는 한숨도 내쉬고, 그러다 스스로 깨닫고 성장할 때까지 말입니다. 가장 좋은 부모는 코치가 아니라 응원 단장이라죠. 필드에서 뛰는 건 선수 자신이니까요. 부모는 잘하면 잘한다고 환호해 주고 못하면 기죽지 말라고 응원의 구호를 외쳐주면 된다는 겁니다. 후배도, 부하도, 아랫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이 책 역시 읽다 보면 솔직히 다 아는 내용들이지만 미처 행동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줌으로써 이제는 예전과 다른 태도로 상대를 대할 방법을 알게 해 준 것 같다. 우리는 대부분 상대와 대화를 하는 도중, 나르시시즘이 발동하여 대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곤 한다. 즉 상대의 대화를 끊고 내 이야기로 전환시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만약 소심한 상대라면 이마저도 포기하며 질색하고 입을 다물 것이다.
일례로 우리는 회의석상에서 상대가 발표 중임에도 자신의 생각을 끼어넣어 반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욕구가 강해서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회의는 흡사 서로의 주장만 앞세우는 시공간 속에서 단어들로만 채우고 있다는 생각에 질리게 된다.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게 각기 다 다르고, 감정도 같을 수가 없다. 그 사실을 우리는 먼저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좋은 대화는 서로에게 몰입하며 영감을 받고 통했다고 느끼며 이해받았다는 위로감일 것이다.
저자는 여러 사례와 연구자료를 통해 대화의 센스(말센스)를 16개 항목으로 분류하여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모두 좋은 사례였고, 공감하는 글들이 많았다. 나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대화도중 설교하지 말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삶에 주인공이고 전문가이며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다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일상적인 대화의 목적은 옳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옳은 것은 없다. 나이와 연령과 성별과 국적과 인종에 따라 옳은 것의 기준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옳은 것을 찾기보다는 친절함을 베풀어야 한다.
우리가 문밖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상으로 가족과의 대화는 상당히 중요하다. 저자는 자식과 부모와의 대화에서 일으킬 수 있는 실수에 대해 지적했는데, 상당히 공감이 간다. 그것은 바로 부모의 설교다. 부모는 자기도 모르게 같은 말을 반복해서 했던 말을 또 함으로써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핸드폰 녹음기능을 틀어놓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라. 깜짝 놀랄 것이다.
대화의 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책이다. 우리는 자신의 말을 상대에게 많이 전달하면 대화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대화의 실력은 '듣기'라고. 자신의 말은 짧게 전달하고 많이 들어주는 것이 대화의 첫 번째 자세라는 것. 서툰 대화로 인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