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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기록은 삶을 성장시킨다


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제 길을 가다가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해 보자.  그 순간 나는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 경험을 기록한다면 뭐라고 적을까?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마치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라고 적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학자인 나라면 '나뭇잎의 말'이라고 기록해 놓을 것이다.



국내 1호 기록학자인 저자 김익한 교수의 '거인의 노트'는 기록만이 자신의 삶을 성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습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사람으로서 기록의 제대로 된 실천방법을 대중에게 알려주고자 도서출간은 물론 유튜브로도 저자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존경하는 이순신장군도 기록형 전략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7년간의 전투를 그린 난중일기는 운영업무는 물론 작전회의의 내용과 사람에 대한 기록도 빠짐없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원칙일까?  유익한 내용이 참 많았는데 저자가 강조하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는 방법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골자는 '몰입과 요약'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강의시간에 교수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회의시간에 팀장님 말씀을 열심히 메모하고 기록했지만 비효율적인 습관을 들이고 있었다.  빼곡하게 기록하는 사람은 기록이라는 행위를 통해 내면화(자기화)에는 오히려 실패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록학자의 생활습관은 온통 기록의 행위로 채워져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일상의 모든 행위에 집중(몰입) 하며 지내면서 기록을 하지만 키워드로 요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메모는 일정한 시간에 꺼내보며 자기화하여 생략된 단어들을 소환했고 스토리로 완성했다.



나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악필이라 나만 알아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 알아본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생각을 메모하는 편인데 아무리 글씨를 빨리 써도 생각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형성된 악필이라면 변명이 될까.  



나는 저자처럼 플래너를 작성하지는 않지만 일 년이면 다이어리 두 권정도 사용한다.  한 권은 경비노트인데, 가계부 겸 가족의 변동사항들을 기록한다.  마트에 다녀온 비용을 적고 하단에 가정사를 키워드로 간단히 표현한다.  다른 한 권은 독서노트 겸 일상에서 부딪치며 겪는 다양한 개인적 에피소드(금융, 건강상식, 통화내용, 레시피 등등)를 기록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악필로 휘갈긴 나와 가족에 대한 키워드들이지만 함축된 단어들을 볼 때면 속으로 혼자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우리는 메모를 왜 하는 걸까.  잊지 않기 위해 한다고 말할 것이다.  메모를 하는 저변심리에는 나중에 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겠지만 무의식이 작동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즉 생각하지 않고 적은 메모였기 때문이다.  적었다는 안도감이 기억을 상쇄한 셈이다.



즉, 기록을 한다는 의미를 충실히 이해하고 습관을 들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록의 습관과 완성을 위해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 봤다.



첫째. 기록은 상황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내가 소화한 내용을 요약해서 키워드 식으로 기록한다.

셋째. 자주 들여다 보고 자기화(내면화)할 수 있는 생각을 정리한다.



여기서 '자기화'한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과정을 놓치면 그저 책 읽기나 강의 듣기로 종료하기 때문이다.  자기화의 접근법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문의 세계는 여러 사람의 자기화를 통해 성장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을 가져와서 거기에다가 내 생각을 10퍼센트쯤 얹는 게 학문의 방법이다.  책이 됐건, 리포트를 쓰기 위한 자료가 됐건, 다른 사람의 말이 됐건 키워드 위주로 소화하고 거기에 자기 이야기를 10퍼센트 얹은 것이 바로 자기화다.  어떤가? 생각보다 할 만하지 않은가."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라는 책에서 말하던 '기승전결'의 마지막 부분인 '결'의 마무리 제안처럼 최종 자신의 글이 되기 위한 앞단계의 반복된 편집과정을 끝낸 뒤에 자신의 감성과 제언을 첨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기록이라는 성장습관이 자기화되기까지는 '사고(생각)'을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각자만의 기록방법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권하는 플래너도 자신의 루틴관리에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현재를 기록하지만 후회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도 한다.  일상을 매일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하루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저절로 마음에 새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록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선택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록하지 않고 반복하는 습관이 없게 되면 우리의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망각의 강으로 삶을 던져 버린다.  그런 날이 쌓이게 되면 어제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찔한 순간이 올 수 있다.  



삶의 기록들은 나의 생활과 일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좀 더 분명해지고 문제라고 여겼던 것들이 쉽게 풀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준다.  나는 저자처럼 기록의 힘을 믿고 있다.   



<거인의 노트 / 김익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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