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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살아라

책을 읽다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건강을 병에 걸려 있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건강에 대한 최소의 의미다. 건강하다는 것은 몸이 아프지 않은 것 이상을 뜻한다. 즉 자기 몸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고, 육체적인 노동으로부터 행복을 느끼고, 힘을 비축하고 신장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30여 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지 5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직장생활을 생각하면 좋은 기억보다 답답하게 묶여 숨 쉴 틈 없이 지냈던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항상 동선을 체크하고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하던 일상이 내 삶을 채웠다.  잠시 짬이 생기면 즐기기보다 놓친 일이 있을까 봐 일에 최적화된 인간처럼 굳어 있었다.  일에 대한 과도한 욕구는 머리와 가슴에 불쾌감으로 이어졌다.


부드럽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가정에서와는 달리 직장에서 나는 항상 날카롭고 예민하게 굴었다.  그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나태해지는 직원이 양상 되어 일의 진척이 없을 거라 믿으며 관리했다.


퇴근할 때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인양 나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며 회사문을 나섰다.  회사스위치를 끄는 습관을 의도적으로 정착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미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해서 회사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나는 이중성의 탈에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순리처럼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었다.  연이어 시어머님의 별세는 쉼 없이 달리던 나를 급정지시켰고 나는 그제야 삶의 의문을 제시하게 되었다.  하루 12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스스로의 압박은 하루 중 절반을 의도적으로 불행하게 만든 셈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나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힘이 센 조직 속에서 오랜 시간 삶을 기꺼이 수동적으로 만든 내가 갑자기 능동적으로 바꾸기는 버거웠고 의도적으로 환경을 바꿀 계기가 필요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냈고 당황한 사측은 솔깃하는 제안을 했지만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돈을 더 번다면 삶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겠지만 더 이상 꽉 채운 시간 속에서 있기 싫었다.  단순하게 살아야 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강조하는 이 책은 어지러운 상태를 간단하게 정돈하는 삶을 종용한다.  우리는 물건이 120퍼센트 꽉 차고 나서야 치워야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책장에 책이 빡빡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을지 몰라도 선뜻 책을 꺼내 읽기는 쉽지 않은 것처럼.  단순하게 사는 것은 쉽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의지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4분의 3원칙은 좋은 생활지침이다.


물건이 120퍼센트 꽉 차고 나서야 반응을 보이지 말고, 75퍼센트 정도 차 있을 때 짐을 덜어 낼 준비를 한다.  예를 들어 선반의 길이가 1미터라면 75센티미터까지만 물건이 놓여 있어야 한다.  옷장의 있는 옷걸이에도 최고 75퍼센트까지만 옷들이 차 있어야 옷장을 편리하게 사용하게 된다.



남편도 나도 현역에서 물러나니 확실히 예전방식의 소비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유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  부와 가난은 의식의 문제기 때문이다.  오히려 삶을 간소화하고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사니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행복하다.  나는 하루 세끼 건강한 밥상을 준비하고 자신이 원하는 취미를 각자 조용히 즐기며 불금이라 해서 예전처럼 음주로 밤을 보내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하며 쉽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



행복하게 자자, 잠이 잘 들고, 푹 자는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배가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저녁때 무거운 식사를 하지 말고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자, 방에 통풍을 잘 시키고,

포근한 이부자리를 마련한다.  침대 곁에 220 볼트 이상의 전압이 흐르는 전자제품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자.



<단순하게 살아라 / 베르너 퀴스텐마허 , 로타르 자이베르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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