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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팔리는 문장을 써야 한다


다른 사람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건 쓴맛에 민감한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이래요."라고 했다면, "아, 그렇다면 채소를 많이 먹다 보면 저절로 좋아지니 억지로라도 먹으라는 말은 무리가 있네요"하며 대화에 동참하는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최고의 광고대행사 '덴츠'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저자는 재직시절 취미로 올린 짧은 영화평이 크게 화제를 불러 모우는 계기가 있었고 이후 영화 평론을 연재하다 즐거운 글을 쓰겠다는 강한 욕구로 24년간 광고인 인생을 접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단순하고 강력한 글쓰기 원칙'이라는 부제를 단 저자의 글쓰기 비법의 결론을 내 나름대로 말하자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을 쓰라는 것이 아닐까. 역시 광고대행사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력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광고 제작사는 시청자 입장에서 광고를 만든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요'라고 줄줄이 사연을 늘어놓으며 광고시간 15초를 허비했다간 스킵당하기 딱 좋다. 오히려 임팩트 있는 한 줄의 짧은 문장의 반복이 시청자를 정지시킨다.


그렇다면 호기심만 자극하고 글을 잘 쓰는 기술 따위는 없는 것일까. 아니다. 광고도 글도 모두 사람과의 간접소통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루한 책을 만났을 때 독서속도를..

이 책을 통해 광고 제작사의 업무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는데 도서시장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던 '팔리는 문장'의 이유는 대박 친 광고의 이유와 같았다. 우리는 흔히 광고 대행사들은 광고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시청자 입장에서 수많은 시간을 공들인다.


"객관적인 자세로 대상을 대하는 것, 대상에 대해 조사하고 파악하는 것, 대상에 애정을 느낄 만한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 전달할 내용을 응축해서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재밌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타인도 재밌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천만 명의 시청자를 상대로 피부로 느끼는 것."



우리가 잘 만든 광고를 보면 광고 속 새로운 인물에도 관심을 갖기도 하고 광고 속 지역도 찾아 떠나기도 한다. 그것이 소통이 아닐까 싶다. 감동은 거창한 논리적 이야기보다 가슴을 울리는 한 장면, 한 마디의 문장으로 대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팔리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만 재미있는 글은 결국 나만 읽다가 끝날 수도 있다. 그럴 바엔 뭐 하러 공개하며 일기를 쓰나. 철저히 읽는 이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문장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이야기처럼 접하는 에세이(수필)들을 그는 사상(事象)과 심상(心象)이 교차하는 곳에 생긴 문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장을 완성해야 할까. 바로 기승전결이다.


기: 실제 경험이라는 전제

승: 구체적인 사건

전: 그 사건의 의미

결: 감성과 제언(아주 조금)


대부분 글의 시작은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글을 써야겠다는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다. 사건의 조사가 면밀히 이루어져야 하고 최종 글이 되기 전까지 수많은 가지치기 격인 편집이 있다. 사실 글을 길게 늘여 쓰는 일은 편집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직장생활을 떠올려봐도 상사들은 요약되고 함축된 기안을 선호한다. 그러한 근거를 모두 제시한 후에야 마지막 자신의 주장이나 결론이 먹힌다.


나는 글을 왜 쓰는 것일까, 자문한다. 나는 소녀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처음 글을 쓸 때는 힘들고 괴로운 나에 대한 위로였다. 초창기 독서와 글쓰기는 현실도피형 세계였지만 점차 나의 경계를 허문 세계로 들어선 뒤로는 나를 떨어뜨려 바라보게 되었고 내면의 자아와 일정한 거리를 두며 내면소통을 경험했다. 결국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구원했다.


글쓰기는 철저히 외로운 작업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인간의 삶은 누구나 비슷비슷한 고통과 기쁨과 고독이 공존하는 세계였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내 글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한다는 생각에 기쁘다. 물론 잘 되었을 때 일이지만..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 / 다나카 히로노부 저>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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