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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미 우리에게 모두 주었다

빈 시간을 만들어 보자

유유자적하는 바다와 하늘


오랫동안 함께한 모임에서 주최한 정기 모임을 다녀왔다. 이번에 낙점한 나문재 펜션은 편안한 휴식이 제공된 장소라 모두들 호응이 좋았다. 서울은 날씨가 변덕스러웠다는데 태안은 바람의 타격을 덜 받아 그런지 오히려 실시간 하늘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저항하지 않는 구름들의 향연이 바다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금기 머금은 바다향이 콧 속을 휘젓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가 물고기가 된 양 바다로, 바다로 이끌리게 된다. 안녕, 넌 여전하구나.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우리는 휴식을 취할 때면 자연을 찾는다. 가식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상은 자신만의 삶이 사라진 가식으로 나를 감추고 산다는 곳일 테다. 그것이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 때문일 수도 있고 생계를 위해 조직의 얼굴로 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벗어나지 못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숨쉬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재충전이라는 명분이다. 그 재충전도 다시 돌아가 열심히 일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본다. 그들의 유유자적하는 모습 속에서 나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신경 쓰던 문제들이 한낱 가벼운 바람처럼 느껴진다.  그냥 털어버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진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나 자신보다 더 신경 쓰고 두려워하는 타인의 시선에서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강박관념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옥죄이다 간신히 틈을 내서 여행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식은 한계가 있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여행지에서 분명히 다짐한다.  단지 기억하고 되뇌다가 여행을 끝으로 잊힐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기억은 잔상처럼 맴돌다 또다시 여행을 꿈꾼다.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빈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삶은 이미 우리에게 모두 주었다.  욕심을 조금만 단념하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


이렇게 단정하듯 말하지만 나 역시도 지난 시간들을 숨 가쁘게 보냈다. 최대한 동선을 줄여가며 타이트한 일상으로 채워졌었다. 그것이 삶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고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고통으로 삶을 배우기도 하니까.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들, 그 시간들이 헛되었다고는 자책하지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든 삶을 이해하면 그걸로 된다. 하지만 자신을 닦달해 가며 관계유지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내 몸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어있다.  


부러운 것은 따라 하면 된다. 우리가 자연을 쫓아가며 감탄했던 그 감정.  그 공간, 공백의 의미를 깨닫자.  고생해서 배워도 되지만 먼저 깨달으면 더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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