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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그대는 젊음의 꽃밭이어라

아름다운 푸른 수목원에서


사내아이는 산책이란 걸 하지 않는다. 사내아이가 산속으로 들어갈 때는 도둑이나 기사, 혹은 인디언이 되어 들어간다.  강으로 갈 때면 뗏목꾼이나 어부 혹은 방앗간 짓는 목수가 되어 가는 것이며 초원을 누빌 땐 영락없이 나비나 도마뱀을 잡기 위해서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산책이란 것이 어른들이 하는 품위는 있지만 어딘가 지루한 일로 여겨졌다.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일 같았던 것이다.



-'유년의 정원 中/ 헤르만 헤세'



지난 일요일 아침 가까운 '푸른 수목원(서울시 1호 친환경 청정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한 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도 요즘 한낮의 더위에는 주눅이 듭니다. 가급적 오전에 외부일을 보고 오후엔 실내에서 쉬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죠. 남편은 날이 더워서 먼 곳은 가다가 시간이 다 허비할 것 같다며 검색 후 구로구에 있는 '푸른 수목원 & 항동기찻길'로 차를 이동했습니다. 이제는 가자면 오기 부리지 않고 따라나섭니다.  이 순간에 소비할 소중한 사치란 것을 알았거든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담하고 있을 건 다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좋은 곳이더군요. 찾아보면 우리나라에 좋은 산책길이 참 많아요. '푸른 수목원' 초입에는 운행을 멈춘 '항동기찻길'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양 사이드에 두고 기찻길이 있어 연인이나 가족들이 함께 와서 사진 찍고 대화 나누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친환경 청정수목원이라 관리가 굉장히 잘 되어 있었습니다. 오전에 가볍게 다녀올 만한 곳입니다. 휴일인데도 무더위 때문인지 간 날엔 주차가 적더군요.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수목원이었습니다. 천천히 걷다가 햇볕을 만나면 피하기 좋은 나무그늘이 적당히 구색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휴일 산책길은 평화롭고 과거를 회상하기 좋았습니다. 산책은 조용히 지나온 시간들을 회고하게 되네요. 그때는 몰라서 거칠게 다뤘던 젊은 시절 시간들과 함께 하거든요. 남편과 산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입 안으로 삼켰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꺼내봅니다. 물론 가벼운 유머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놀라운 것은 당시 나의 슬픔이었거나 우울의 원인들이 남편에겐 실제보다 덜 중요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잘못된 길에서 방황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지요. 삶은 조급해하면 바로 길을 잃는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아들이 우리와 함께 했는데 산책을 정말 좋아할까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어요. 함께했지만 혼자 하는 듯한 산책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거든요. 우리 아들이 자기 자신과 가까운 가족 그리고 친구의 범위를 넘어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반의 대의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귀중한 삶으로 살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 번뿐인 젊음의 꽃밭에서 아름답게 유희하기를, 한없이 사랑하기를..




나의 젊음은 온통 꽃밭의 나라였습니다.

풀밭에는 은빛의 샘물이 솟아오르고

고목들의 엣이야기 같은 푸른 그늘이

거친 내 젊음날 꿈의 열정을 식혀 주었습니다.


심한 갈증에 허덕이며 불볕의 길을 걸어갑니다.

이제 내 젊음의 나라는 닫혀 있고

나의 방황은 어리석다는 듯이

울 너머의 장미가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지난날 나의 서늘한 꽃밭의 속삭임이

노래하며 점점 멀어져 가는데

그때보다 더 곱게 울리는 수많은 것들이

마음 깊은 곳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젊음의 꽃밭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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