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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마라


"감각과 정신은 도구이며 장난감이다. 그것들 뒤에는 여전히 자기(Self)가 있다.  자기는 감각의 눈으로 찾고, 정신은 귀로도 듣는다.  자기는 항상 들으며 찾는다.  그것은 비교하고, 강요하고, 정복하고, 파괴한다.  그것은 지배하며, 또한 자아의 지배자다.  그대의 사상과 감정 뒤에, 나의 형제여, 강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있다.  그것이 자기라고 일컬어진다."



본문 中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사실 2014년 '초인수업'의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재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그동안 니체에 관한 해설책들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으로 확실하게 이해가 된 기분이 든다. 그만큼 니체에 대한 이해가 확실한 박찬국 교수의 설명이 들어있다.


나는 그동안 니체의 철학을 해설한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묘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매력적인 메시지가 분명한 데 실타래에 엉켜있는 기분이랄까. 내 뇌의 한계라면 조금 더 노력해야 했다. 저자의 고통스러웠고 방황했던 젊은 시절 고백이 있었지만 니체를 통해 해방되었다는 글이 나는 인상 깊었다. 삶의 고통은 사색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그 어떤 경험도 낭비가 없다.  저자는 실존철학을 깊이 연구하면서 니체의 철학만이 젊은 시절을 힘들게 견디고 있거나 지나왔어도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 믿고 있었다.


흔히들 인생을 논하는 철학자는 운명론자 거나 염세주의자로 나뉜다고 한다. 그만큼 삶은 거대한 우연과 필연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조차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규범과 관습으로 성장하며 내 삶을 옥죄는 것을 느낀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낙타처럼 견디다 보면 삶이 힘들다 느끼게 되고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실상에 절망하면 염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철학자는 쇼펜하우어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반론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정착하기에 이른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을 '욕망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라고 말했다. 그는 '욕망은 우리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한다'라고 말하며, 우리는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욕망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괴로워하지만, 정작 충족되더라도 만족감과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만족감이나 행복감은 욕망이 채워지는 과정에 불과하고, 따라서 그것들은 욕망이 채워지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은 남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얻고 싶어 애가 끓다가도 사랑을 얻으면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얼마 안 있어 권태기에 접어들고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다른 이성을 향해 곁눈질을 시작한다고 결론지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론이지만 니체는 철저히 깨부순다.


니체는 정신발달 3단계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지 않아야만 의미 있는 삶이 된다'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정신발달이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그리고 사자의 정신에서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라 말하며,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니힐리즘'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정신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시의 전통적인 철학과 종교에서 강조하는 영원불변한 세계를 거부하는 것이었고, 세계는 오직 생성 소멸할 뿐이라는 뜻이었다.


염세주의에 빠지게 되면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니체는 어린아이처럼 인생을 유희처럼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어린아이들은 놀이에 빠져 있을 때 '왜 이 놀이를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냥 놀이가 재미있기 때문에 놀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순간에 '왜 이 놀이를 하지?' 하며 묻는 순간은 그 놀이의 재미가 사라졌을 때기 때문이다. 즉 니체의 철학은 '삶에 대한 찬가'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는 말은 신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기도 하며 이는 곧 '신이 살해된' 세계에서 인생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니체는 낙타의 삶에서 시작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는 우리가 보통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는 의식의 이면에 진정한 자기(Self)가 있다고 생각했다.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다. 지독한 사색에서 얻은 결론을 읽으며 나는 찌릿한 감정에 휩싸였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익숙한 모습으로 자신을 늘 보여주며 살지 않는가.  그 얼굴이 진정 나인가, 물어봐야 한다.  니체는 그러한 타인의 자기에서 본능까지 건강하고 기품 있는 자로써 거듭나도록 신체를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평생 남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며 살다 보면 우리 자신을 스스로 노예의 지위로 하락시킨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이다. 물론 쉽게 체제화할 이론이 아니다.  하지만 알고 살아야 한다.



Self 자기: 자신의 개인성을 넘어 유일자로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획득함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인간의 전체성 및 완전성에 해당되는 개념. 즉, 한 개인의 인격적 완성을 위한 목표 개념.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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