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동원하여 하루를 살아봐!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사고 기계가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감정 기계다." 이 멋진 말은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의 책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감각이 우리의 행동에 그토록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이 한마디에 집약되어 있다. 인간은 자신을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감정의 기계다. 우리는 먼저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린 다음 그것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감각이다.
본문 中
감각 과학 분야 최고의 전문가 '러셀 존스'의 책이다. 우리가 미쳐 놓치고 있던 공감각 이론을 일상에 접목해 재미있게 풀이해 주고 있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즐거운 감각의 힘을 배운 시간이었다. 아침에서 시작해 편안한 수면에 이르기까지 접할 수 있는 감각의 세계의 경험이었다. 우리에게 공감각의 세계는 감정과 기억의 차원을 넘나들고, 상호 감각 전이라는 현상을 매번 체험하며 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가진 감각은 관점에 따라 9개에서 30여 개까지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기준의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성적 존재라 생각하지만 실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뭔가의 홀림(?)에 이끌려 행동을 하고 결정된 결과물에 뒤늦게 이성적 논거를 찾아내곤 한다. 저자는 집을 사는 과정을 예로 든다. 합리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집을 구경하러 다니지만, 막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집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발한 '어느 집'에 꽂히게 된다. 저자는 그러한 결정에는 '공감각적 인지 작용'이 발현된 것이라 설명한다.
"그런 요소 중에는 어떤 것을 연상시키는 냄새가 있을 수도 있고, 방 안을 가득 채우는 햇살도 포함될 수 있다.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 때문에 공간을 친숙하게 여길 수도 있다. 혹시 그 집 안에 있는 그림이나 장식이 행복한 가족과 영원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공간에서 경험한 모든 감각이 서로 어우러져 그런 감정이 내 마음속에 일어난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새롭게 조성된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뒤늦게 이성적인 논거를 찾아낸다. 작업실로 쓸 방이 없는데도 정원 끝에 따로 사무실을 하나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공간이 집에서 떨어져 있으니 업무에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1800년대에는 청각이 인류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던 시대였다. 하지만 현대는 어떤가. 온갖 종류의 모터와 엔진 소리, 에어컨 소리, 전화벨, 웅성거림, 경고음 등등 각종 소음이 남무하여 오히려 모든 소리에 무감각해지고 소음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로 인해 오히려 모든 소리에 귀를 닫고 살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잊혀가는 우리의 오감에 대한 '공감각 디자인 분야'를 찾아내듯 혁신기업으로 창업하여 여러 회사에 공간 디자인 감각 과학을 적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감각의 영향력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새로운 상품이라고 출시된 아이스크림이 실은 광고 시 소리와 포장지만 바꿔 제안했더니 20% 이상 높은 가격에 성황리에 판매된 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이스크림의 과자 부분의 바삭거림은 '청각'과 포장지의 광고순서가 Key Point였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소비자에 대한 속임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일상과 관계 속에서 공감각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시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실험과 결과물들이 많이 열거된다. 사람의 기분, 감각, 기억, 훈련된 습관들이 모두 우리의 결정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재미있는 감각 사용법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바로 시행해 본 것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유용했다. 당장 사용해 본 것은 기상알람과 쇼핑 때 가벼운 가방을 들고 가는 것 등이다.
하루감각 사용법 중 완벽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면, 음량이 서서히 커지는 새소리 알람을 제안한다. 램수면(얕은 수면) 상태에서 듣는 새소리(또는 파도소리)는 서서히 수면에서 가볍게 터치하듯 깰 수 있는 효과를 준다. 숲길이나 바닷가에 있는 편안한 상태로 인식하는 것이다. 쇼핑 때는 가벼운 가방을 들어야 한다. 무거운 가방은 신경이 곤두서고 힘들어 통제여력을 상실한다.
여러 가지 공감각을 활용한 제안들이 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생산성, 집중력, 주의력을 위한 감각 처방으로는 빨간색 벽지나 액자, 수첩등을 쓰면 좋다고 한다. 조명은 청백색 조명이나 자연광이 좋고 계피향이 있는 차나, 껌, 빵을 먹도록 한다. 잠재 고객을 만날 때는 진한 녹색 색상의 옷을 입고, 만약 없다면 녹색 식물이 많은 장소를 선택하면 좋다. 라임향이나 오렌지 향이 있는 향수나 라임향이 들어간 얼음물을 건네면 효과가 좋다.
퇴근을 앞두고 시간이 더디게 간다면 쇼팽의 '녹턴 20번' 같은 느린 박자의 단조 음악을 들으면 좋다. 느린 음악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박수를 감소시키며 호흡을 느려지게 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즉 느낌에 비해 실제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 반대로 빠른 음악은 심박수를 증가시켜 시간의 흐름을 뚜렷이 인식하게 만든다고 한다. 내가 느끼는 것에 비해 실제 시간은 더 빨리 흐르는 것이다.
이처럼 깨어있도록 감각을 이용하는 일상은 소소한 행복을 찾는 여정과도 같단 생각이 든다. 재미있었고, 경험하는 즐거움을 함께 하고 싶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하루 감각 사용법_러셀 존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