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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혜(내 삶에 기준이 되는 8가지 심리학)

심리학자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 번 정한 카드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원칙이라도 한 가지 카드로만 살아가는 것은 절대 좋은 삶의 방식이 아니지요. 나이 먹어서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본인만의 원칙으로 고정관념의 늪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 中



'어쩌다 어른'이나 '세바시' 등에 출연해 구수한 입담으로 유명해진 인지심리학자 김경일교수가 '마음의 지혜'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민과 불안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도록 그만의 편안한 비유로 심리적 안정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MZ 세대들의 사회진출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시각과 적응할 방향등을 제시해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삶은 인간이 어떻게 반응할지 실험하는 듯한 시련의 연속이다. 그래. 삶이 어차피 고통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삶의 근육을 키워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우리의 욕망이 무의식의 산물이라면 우리는 무의식을 통제할 권한이 있음도 잊지 말자.


책에는 삶 속에서 기준을 삼아야 할 8가지 심리학을 소개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흔들리고 있는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는 마음의 지혜를 찾자고 말한다.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그 기초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바로 기록이다. 저자가 예시한 이순신장군의 인물을 존경으로 끝날게 아니라 존경하는 마땅한 이유를 나의 삶에 적용해봐야 한다.


이순신장군의 실체를 알 수 있는 '난중일기'는 걱정일기였다. 시시콜콜 자신을 일상을 빠짐없이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걱정만 기록한 게 아니었고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행복도 빠트리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순신장군은 걱정만 하지 않았고 회복탄력성으로 미션을 해결할 방법을 연구했다는 점이다. 기록의 힘, 그것은 반복되는 걱정의 실체를 직시하면서 얻은 지혜였다. 성찰은 어느 날 암시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반복하는 삶의 패턴을 이해하면서 스스로 깨닫는다. 반복하는 걱정의 실체를 직시하게 된 것이다. 회복탄력성의 근원은 무엇인가. 바로 행복이라 믿는 소소한 일상의 감사함이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1년에 100점짜리 커다란 행복 하나를 경험하는 것보다 10점짜리 행복 열개를 경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행복의 격을 조금 낮춰서라도 더 자주 행복을 누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뜻이지요."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록이 주는 힘을 체험했다. 직장맘으로써 힘들었던 30여 년간의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것은 기록이었다. 내가 만약 일상을 기록을 하지 않았다면 무너졌거나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기록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게 한다. 제삼자의 입장으로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 상황에서 취했던 행동을 판단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려는 나에게 냉정한 잣대로 꾸짖는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의 기록들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기록은 어떠한 결과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기록 그 자체로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을 때 모든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본다. 내 일상에서 접목할 수 있는 부분부터 가치 있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그중에서 조직에서 '도구적 지지'란 말이 나는 많이 와닿았다. 힘들어하는 상대를 보면 '감정적 지지'는 쉽게 할 수 있다. '뭔 일 있냐? 나한테 털어놔'라고 말하지만 막상 물질적이나 시간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할 때는 거리를 두며 난색을 표한다. 피로사회에서 감정적 지지는 희망고문이다. 차라리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또는 그 사람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쿨한 대응이다. 예를 들어, '나 오늘 4시까지 시간이 비네. 그 이상은 안돼. 오케이?'


MZ세대들이 사회에 대거 진출하는 시대가 도래되었다. 기성세대들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들의 퇴사를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신입사원들에게 구체적인 서술적 칭찬이 필요하며 인격을 무시하지 않는 영리한 질책을 요구한다. 과정을 칭찬하면 그들 내면의 수용체가 올라간다. 미래시대의 소통은 기존의 대면 간의 소통이 아니란 점도 강조한다. 물리적 대면보다 비대면이 자유롭게 느낀다. 이미 4차 산업은 시작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바뀐 문명에 따라가지 않으면 외면당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말 그대로 음식점, 주문앱, 게임 등등 실시간 피드백이 자연스러워진 시대가 된 것이다. 현대사회인의 내면에는 '재미'와 '피드백'만이 굳건하게 살아남아 버렸다.


아날로그인 나는 모든 사람 간의 관계까지 실시간 피드백 확대는 또 다른 병폐를 주지 않을까 우려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효율과 효과만 우선시하게 되면 인간 고유의 통제성, 자율성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 같다.



<마음의 지혜 / 김경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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