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흔들리는 청춘에게

엄마의 대답

내 삶의 방식을 믿고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남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특히, 이 땅에서는.

그때 비로소 타인의 눈치를 보며 애먼 곳에 쏟아부었던 돈과 시간과 노력을, 오롯이 진정한 자기 행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中



'엄마는 여태까지 사시면서 남들과 비교해서 이룬 게 없어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어요?'


지금은 사회인이 되어 자기 밥벌이를 하는 작은 애지만 불안해하던 시기에 내게 했던 질문이다.

'그런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단정 짓는 엄마의 대답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었고, 질문한 의도가 궁금해 넌 어떠냐고 되려 물어봤다.


당시 용희는 20대라면 어느 정도의 자유롭게 경험했어야 할 여행이라던가, 쌓아놔야 할 스펙,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아 보였다.  어느새 병장을 달았고 이제 7개월 정도 복무하면 제대를 할 텐데 갇힌 공간에 있다 보니 뒤쳐진 기분에 휩싸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것도 귀찮고, 의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그 과정들이 자신은 하기 싫다는 점이었다. 엄마도 분명 비슷한 젊은 시절을 경험했을 텐데, 그런 일은 별로 없었다고 하니 놀랍다는 것이었다.


내가 대답을 해준 내용은 대략 이랬다.

여행을 많이 간 사람이 더 행복하고, 스펙을 더 많이 쌓은 사람이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궁극적인 가치는 '삶의 질 속에서 스스로 느끼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세계여행을 꿈꾸지 않는다. 다녀온 사람을 보고 부럽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국내여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나는 공기도 좋고 말도 통하는 한국땅이 편하다.  사계절이 달라 같은 여행지를 갔어도 다른 느낌으로 감동을 전달받기까지 한다. 그리고 좀 부족하다 싶으면 세계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올린 사진과 글로도 충분히 대리감동을 느끼고 있다.


스펙을 얼마큼 쌓아야 자신 있고 성공할까? 에 대한 대답은 선명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가난한 삶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필요한 스펙을 위한 노력이라면 목표를 가지고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부과적으로 얻게 된다.  노력을 하되 무턱대고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걱정할 시간이 아깝다.


엄마의 말에 '바로 이거였어요!'라는 대답했던 용희.


가기 싫은 여행을 안 가도 되고, 무리한 스펙 쌓기에 많은 에너지를 쌓지 않아도 된다는 답에 웃었던 것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삶의 기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애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 부지런히 학점을 이수한 뒤 조기졸업을 했다.  다른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서 졸업연장을 선택한 것을 비교하면 상반된 결정이었다. 반학기를 일찍 졸업한 후 아들은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독학으로 땄고 취업 공부를 치열하게 했다. 서류가 통과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문구 하나하나 세밀하게 다듬고 준비했다. 그럼에도 최종면접에서 낙방했을 때는 낯빛이 어두웠지만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다. 최종면접까지 가 봤으니 방법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던 그해 겨울, 높은 진입장벽을 뚫고 원하던 곳에 취업했다.


흔들림 없는 자신의 기준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바라볼 줄 아는 냉정함과 사색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은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목표가 생겼다면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잣대에 믿음이 생기게 해 준다. 세세한 일들에 매달리지 않게 되고, 중요하지 않은 작은 일에 쫓아다니지 않게 된다. 자신의 발전은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사회에 뛰어들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아야 한다. 일단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 뒤에 오히려 자아를 망각하고 현실에 몰두하고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인이  아들은 퇴근하면 주로 자기 방에 들어가 피아노를 치거나 작곡을 하며 논다.  가끔 온라인에 가입한 재즈카페에서 모임이 열리면 즐겁게 놀다 온다.  술도 잘 못 마시고 여행경험이 풍부하지도 않아도 충분히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며 만족해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은 어떤 존재여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