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 챗GPT 가 당신을 만나러 옵니다
우리는 이미 챗GPT의 편리함을 일상에서 빈번하게 접하고 있다. 채팅창에 사용자가 명령이나 질문을 입력하면 AI챗봇이 일반적인 궁금증은 속도감 있게 대답도 해준다. 더 이상 대기음을 지겹게 들으며 상담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실 생활에서 피부에 와닿는 것이라면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이 아닐까.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라는 이 책은 인공지능(AI)을 테마로 한 여섯 단편소설이다.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하는 초기단계서부터 신적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AI)까지 좌충우돌, 낯설지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조금 낯선 단어조합을 접할 땐 뭐지? 하며 틈틈이 검색했고 독자로써 젊은 작가의 톡톡 튀는 감성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여섯 편의 단편은 인공지능이 이미 세상에 적용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읽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와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가 재미있었고, 마지막 단편인 '채팅 GPT의 신들'이 인상 깊었다.
솔직히 나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반감은 없다. 특히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만큼 가정에서 약한 노인들을 돌보는 역할을 힘들이지 않고 로봇이 돌봄 케어해 준다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단편도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엔 생의 마지막까지 돌봄을 책임졌는 인공지능 로봇이 안락사의 입회인으로 가능할까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간병인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안락사의 입회인으로 성립이 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그녀는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심각한 내용이었는데 작가가 재미있게 풀어내서 신선했다. 나는 러셀이 극찬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비유될 때 놀라며 읽었다. 같이 돌본 간병인의 외침이다.
"간병 로봇의 인공 인격이란 게 인간을 인간답게 돌보기 위해 인간의 일과 행동을 다 모방해서 된 건데 구공일 씨가 인간이 아님 뭐예요? 돌고래식 간병도 아니고 사마귀식 간병도 아니고, 나와 얘가 똑같이 인간식 간병을 해요. 똑같은 일이에요. 노동이 존재를 규정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보면 이 방에서 나랑 제일 똑같은 종족은 구공일 씨예요. 그리고 지난 13개월 동안 옥련 할머니랑 세상에서 가장, 제일 가깝게 지내온 것도 나와 얘고요."
간병로봇은 가족 유사성에 들어간다. 인간과 분명 다르지만 가족과 같은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그물과 같은 유사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단편은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을 상상하며 읽게 한다.
또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것이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결론이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드가 들어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와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갑자기 아기엄마가 된 두 산모의 이야기다. (단편 제목이 인간적으로 너무 길다)
여자는 아기를 낳기 전과 낳은 후로 철저히 나뉜다. 새로 태어난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 산후우울증을 겪는다. 산후우울증은 육체적, 정신적, 환경적인 극적인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정신상태다. 성인의 생체리듬을 철저히 무시하는 아기의 생활리듬은 막무가내식이어서 많은 인원이 시간을 나눠 감당해 주면 베스트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현실은 이상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아기엄마가 독박을 쓰게 되는데 육아는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역할과 동시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봐야 가능한 일이다. 말 그대로 거대한 헌신을 요하는 일이다.
'오늘밤 황새가..'의 초보산모는 회사복귀 시 잠시 돌봐줄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러 가는 것조차 버거워할 정도로 힘겨운 상태다. '황새영아송영' 서비스를 통해 친정엄마에게 가는 그 몇 시간 동안 아이와 엄마는 완벽한 휴식을 경험한다. 상업화된 자본주의체제 안에 인공지능서비스가 들어가니 가능한 일이다. '한밤중 거실..'은 산후우울증의 파생감정인 '고립감'을 겪는 산모에게 홈 AI(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업그레이드버전인 홈 AI가 하는 일은 고작 젖병소독이지만 사회에서 집으로 유폐된 여성의 고립감을 풀어주기엔 그보다 훌륭한 대화상대는 없었다.
아이를 낳은 여자라면 두 단편을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기억으로 감정이입이 상당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힘들다'라는 표현만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 단순 반복적인 돌봄은 단단한 근육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단편은 인공지능 AI 초기 상업적 도입단계의 이야기다. 사용자등록 오류 해프닝과 인공지능 마케팅이 흥미롭게 상상할 수 있어서 즐겁게 읽힌다.
마지막으로 '채팅 GPT의 신들'은 솔직히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김영하 씨의 '작별인사'가 떠올랐는데 인류에 또 다른 종으로 발전하여 클라우드로 올라간 말 그대로 가상현실 속 '채팅 GPT의 신들'이야기였다. 최고의 인공지능과 어쩌다 들어가게 된 인간영혼의 이야기라니! 지능 낮은 인간의 질문을 비웃고 적당히 답해주는 요령을 알려주는 깨알웃음도 있다.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인간의 지능을 갖춘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다. 갈수록 인간과 유사하게 닮을 것은 물론이고 지능도 뛰어넘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처럼 건망증이나 실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인간과 함께하는 인공지능이라는 세계를 가능성 있게 생각하게 해 준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