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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장자

홀가분해지는 나이 오십

'명야자 상알야 지자야 쟁지기야(名也者 相軋也 知者也 爭之器也)'를 기억해 두세요. 명예는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하게 만들고, 지식은 경쟁의 도구가 된다는 뜻입니다.  장자가 밑줄을 긋고 공자가 제자 안회에게 가르쳤던 이 말속에 오십의 행복 비결이 들어 있습니다.  


본문 中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자의식과 고정관념이 고착화되어 고집처럼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쉽다.  이는 욕망으로 가득 찬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장자는 오십이 넘으면 치열함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인생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내가 옳다는 생각이 오십 이후의 삶을 갉아먹는다고까지 했다. 오십에 남은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고 경고하는 장자는 오십부터는 과거의 나를 버리라 한다. '과거의 나'라는 것은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과 명예를 뜻하는 것일 테다.  


아는 척하지 않은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정보와 지식이 넘쳐난다.  묻지도 않고 조언을 구하지도 않는 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에는 존경받는 어른의 예시가 나오는데, 직장생활을 오래 한 경험자로써 그런 상사를 여태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웠고, 또한 나 역시 그렇지 못했단 사실에 반성했다. 일명 '아는 척하지 않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이다.


첫째,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후배들이 열심히 일하게 맡기되 책임질 일이 생기면 기꺼이 앞장서서 위치에 걸맞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어느 책에선가 리더는 책임을 지는 대가로 월급을 많이 받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둘째, 불필요한 일을 막아주는 사람이다. 조직에서 부서 간의 마찰이나 업무 외에 부딪치는 쓸데 없는 힘겨루기가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 상사(어른)가 후배들의 난처함을 제거해 준다면 좋을 것이다. 


셋째,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 않는 사람이다. 사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하듯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말들, 검색과 노력을 스스로 하게끔 에둘러 알려주는 일이다. 


사람들은 '충고와 조언'을 굉장히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지위가 높아지면 그것을 번번이 망각하고 주도하려 든다.  장자는 들어주면 말하되 안 들어준다고 해서 상심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의 변화는 스스로 깨달음에서 오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권한다 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확률은 적고 오히려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뜻일 테다.


장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도가 사상을 계승한 철학자다. 자유와 해방을 중시한 철학자로 사소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오십에 읽는 장자'란 이 책은 읽기가 굉장히 쉽고 우화형식으로 단락을 예시하며 장자의 사상을 전달하고 있다.  만약 이 책을 혈기왕성했던 시기에 읽었다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 같다. 장자의 사상은 중도를 지키라고 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중도는 제거대상 1순위다. 하지만 중년이 되니 중간을 지키면 만사가 평화롭다는 말에 끄덕여진다.  세상은 결코 시시비비를 명확히 밝히는 장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중간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장자의 중간을 지키는 일이란 아래와 같다. 

첫째, 착한 일을 하더라도 소문을 내지 말 것.

둘째, 악한 일을 하게 되더라도 벌을 받을 정도가 되어선 안 될 것.

셋째, 무슨 일을 할 때는 그 중간의 입장을 기준으로 삼을 것.


조직생활을 할 당시 나는 성질이 굉장히 급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실천력이 최고란 소리를 들을 만큼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조직에서는 최적화된 일꾼이었을지 몰라도 오십이 넘으니 정착된 성격이 되어 습관을 고치기가 힘든 것처럼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을 만난 기분이다.  나이대별로 필요한 성품, 말투, 행동이 있다. 오십은 마음을 비우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향해 내가 만들어가는 시간들이다.  그렇게 정성껏 내 남은 오십 이후의 삶을 쓸모 있게 사용하고 싶다. 


<오십에 읽는 장자_김범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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