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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주역공부

인생의 고비를 넘는 시기라면 주역을 공부하라

나이가 들수록 스승을 만나기 어렵다. 특히 50대는 세상을 안다는 착각, 나이와 함께 확고해진 자의식 때문에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섯 살 아이나 50대 어른이나 똑같이 눈뜨면 새로운 날을 맞는다. 

연륜에 맞게 우아하게 살고 싶지만 크고 작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 그럴 때는 가르침을 원하고 마땅한 스승을 찾으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


세상을 단순하게 음과 양, 옳음과 그름으로 바라보고 답을 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타깝게도 세상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채로워서 답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의 나이가 오십이 되면 하나의 현상을 보고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접근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과거와 현재의 맥락에서 앞으로 이 현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나름대로 판단하고 예측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합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오십 이후에도 모든 사람을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고 옳고 그름에만 함몰된 사람은 시야가 좁고 미성숙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 中




다산 정약용이 유배기간 동안 저 설한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많은 저서들은 익히 유명하지만 다산이 유배 생활동안 첫 공부로 '주역'을 택했다는 사실과 자신이 쓴 500여 권의 책은 모두 버려도 '주역 사전'만큼은 마지막까지 남겨 후세에 전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저자 김동완교수는 국내에서 사주 명리 최고의 권위자로서 다산이 유배기간 동안 '주역'을 통해 마음을 정비하고 시련을 극복한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주역'은 세상만사가 천만 가지의 변화와 이동의 원칙이 있으며, 그것을 인간사에 적용하여 우주의 원리를 담은 경전이다. 다산은 이를 깨달은 순환과 균형의 이치를 삶에 대입하여 '주역사전'을 썼다.


정약용의 집안은 이른바 팔대옥당(八代玉堂)이라 불린 명문가였다.  학문이 높은 사람만 될 수 있다는 홍문관 관리를 8대 연속으로 배출한 집안의 자식이었다. 다산은 스물두 살에 소과(小科) 시험인 생원시에 합격하고 스물여덟에는 대과인 문과에 급제했다. 20대에 대과까지 합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늘로 치면 국방부 국장인 병조참의, 대통령 비서까지 역임한 성공가도의 엄찬아였던 셈이다. 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실학자였지만 정조임금이 승하하자 그는 인생이 꼬이고 천주교신자로 활동한 이력이 죄가 되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유배를 받는다. 


하지만 다산은 유배지에서 18년 생활을 불운으로 낙담하지 않고 학문을 향한 애정으로 꽃을 피웠다.  그가 불안했던 현실을 극복하고 흔들리던 시기를 견디게 해 준 것은 '주역'이었다고 한다.  유배를 당한 그 시기를 그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고난의 시간을 견딜 힘을 축적했다고 한다.


그는 '주역사전'에서 공정한 선의에서 어떤 일을 하려는 데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없을 때 하늘의 뜻에 맞는지 헤아려 보기 위해 성인들이 지은 책이 바로 '주역'이라 말하며 '주역'은 천명을 미리 알아보는 최상의 문이라 말했다. 다산은 '주역'이 단순히 개인적 길흉을 알아보는 점을 보는 책이 아니라고 말하며 이를 담은 '주역사전'이야말로 다산 학문의 정수라고 말했다.


'주역'은 천재 정약용도 너무 어렵고 기가 꺾이는 학문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힘든 학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탐구정신이 불타올랐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가 저술한 '주역 사전'은 '주역'의 64괘 기호와 문장을 풀이한 책이고, '오십의 주역공부'의 저자 김동완 씨는 다산 정약용의 인생을 통해 '주역'을 알기 쉽게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답답한 마음에 혹은 기대심리로 '점'을 본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땐 흔히 '내 팔자'라는 탓으로 포기하지만, 사실 운명(運命)은 '정해져 있는 삶은 없다'는 뜻이다. 부적을 통해 미래를 바꾸려는 마음을 갖는 자체가 다른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닌가.


저자는 일찍이 사주 명리학과 '주역'등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운명을 상담해 주며 다산의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주역'의 풀이를 쉽게 해 주고자 책을 냈다고 한다. 특히 인생이 안 풀린다고 느낄 때 괘를 알고서 중심을 잡는다면 지혜롭게 고비를 넘을 수 있다. 


이 책은 주역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저자가 현대인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간 책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는 저자의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역을 공부하던 제자 회계사가 하는 말이었다. 서양에서는 의례 이익계산서(Income Statement)나 익손계산서(Profit and Loss Statement)라 칭하는데 동양에서는 익손계산서라 하지 않고 손익계산서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역시 동양철학은 덜어내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것이었다. 주역에 손괘 다음에 익괘가 나오는 걸 보면서 깨우쳤다는 말이다.  회계로 오랫동안 일했던 나로서는 웃음이 나오던 부분이었다.


이렇듯 우리들의 삶 속에서 문득문득 주역의 진리를 깨닫도록 호기심을 준다고나 할까. 뭐든 관심을 갖게 한 뒤에 통로를 찾게 만드는 게 순서일 테니.. 저자는 마지막 장에는 통로처럼 '주역' 64괘를 소개하고 있었다. 


<오십의 주역공부_ 김동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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