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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논어

오십은 다시 시작해도 좋을 시기다

요즘 장수하는 어르신의 나이를 대략 90세 정도로 본다면, 현대인의 나이에 0.8을 곱해 2500년 전 공자와 거칠게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어 보입니다. 현대인들은 19~20세에 대학을 진학하면서 비로소 학문에 뜻을 두고, 30대 중후반은 되어야 비로소 독립다운 독립을 합니다. 

(중략)

춘추시대 50대의 공자가 이룬 지천명을 우리는 육십에 이뤄도 늦지 않습니다. 0.8의 비율을 적용해 본다면, 63세에서 74세까지가 지천명을 이룰 나이입니다. 그러니 40대의 나이라면 비로소 이립이 완성되는 시기입니다. 50대라면 한창 흔들리는 유혹의 시기입니다. 삶에 흔들리고 돈에 흔들리고 사람에 흔들리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천명을 몰라도 문제없습니다. 환갑이 되어도 자신의 천명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63세부터 서서히 인생의 천명을 찾아 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 가려진 나의 길을 찾아야 할 때(오십)' 본문 中




'오십'이란 나이는 외롭다.  바다에 홀로 남은 섬 같다. 쉼 없이 달리면 먼저 도착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저자의 시작글은 그래서 큰 위로로 다가온다. 오십을 넘어 멈춰 생각해 보니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덜컥 겁이 나는 이유는 인간관계는 사회생활로 이어져 있는데, 곧 있으면 은퇴시기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수정하지도 못할 방향으로 달려왔다면 어떡해야 하나 막막하기 그지없다.


현대인들은 오십이 넘고 환갑이 지나도 불안한 직업과 들쑥날쑥한 수입의 흔들리는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니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인용문 참조) 웃음이 났다. 저자는 오십이야말로 논어를 읽어야 할 시기라고 다독이고 있다. 늦지 않았단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확고하게 섰으며, 마흔에 의혹이 없었고, 쉰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에 귀가 순해졌고, 일흔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위정 편> 4장 



공자는 나이 오십이 면 천명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공자도 50대 중반에서 60대 후반까지 14년여 동안 일곱 개 나라를 떠돌아다녔고 결국 공자의 지천명은 노나라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도 육십에 천명을 알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논어는 인생이라는 삶의 원리를 제대로 깨우칠 책이라고 말한다. 나이 오십이 다 가기 전에 육십, 칠십, 팔십을 빛나게 할 일거리를 찾으라고 다독인다.  지난 30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내 모습이 완성되었다면 남은 30년은 오십의 미움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을 찾자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젊어서는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고 늙어서는 건강을 얻기 위해 돈을 잃는다고 말한다. 이제야 우리는 제대로 안다. 돈으로는 반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오십이 넘으면 재화만사성이 아니라 가화만사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무엇보다 근자열(近者說)이 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배우자와 화목해야 한다. 자녀들과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형제자매들과 우애가 있어야 한다. 집안이 편해야 회사에 나가서도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오십에 읽는 논어>를 해설한 최종엽 씨는 오십이 넘어 직장을 나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문 강사,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오십이 넘어서야 자신을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아 노력하고 방향을 잡았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공자의 말로 삶을 성찰하고 기회와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훌륭하다.


인생 전반은 잘되면 내 노력이고 못되면 조상과 환경 탓을 할 수 있지만, 인생 후반은 다르다.  잘해도 내 탓, 못해도 내 탓이다.  인생 전반의 예행연습을 지나온 온전한 내 의지와 목표와 도전으로 만들어지는 삶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숨을 틈을 주지 않고 조목조목 설득력 있게 말을 잘하는지! 


그럼에도 망설인다면 그것은 간절함이 없기 때문이다. 간절한 목표가 있어야 답답함이 생기고 간절한 꿈이 있어야 달성할 방법을 찾는다.  분명한 비전은 스스로 배우게 된다. 이를 공자는 갈급이라 했다.


자왈 학여불급 유공실지(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학문은 마치 미치지 못할 것 같은 갈급한 마음으로 배움에 임해야 하며, 배운 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듯 배움에 임해야 한다."



오십이 넘어 직업이나 경력을 바꾼다는 게 큰 결심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해 볼 만한 일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공자가 위대한 성인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호학(好學) 정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오십의 자신을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공자의 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일상의 삶에 기적은 없다'가 아닐까.  기적이란 반복하듯 공부하며 습관처럼 몸에 베인 일상의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서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시기가 온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공자의 말씀을 편안하게 해설해 준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십에 읽는 논어_최종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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