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자연이 변화하듯 편안하게 늙어가면, 그 인생에는 이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듯 아름답게 물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등바등 늙지 않으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노후를 아름답게 잘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마저도 없이 변화에 순응하는 겁니다.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병이 나면 병나는 대로, 머리가 희어지면 희어지는 대로, 주름살이 생기면 주름살이 생기는 대로, 또 아파서 걸음걸이가 불편하면 '그동안 많이 부려먹었으니까 고장 날 때도 됐지.' 하면서 받아들이는 거예요.
나는 도대체 상대가 이해가 안 될 때,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나를 괴롭힌다 느낄 때, 또는 삶이 힘들고 괴로워 지칠 때 법륜스님의 유튜브영상을 찾아본다. 하도 자주 찾아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에 그분의 영상이 연달아 게시되어 웃음이 난다. 그러다 '인생수업'의 책에 대한 영상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책을 구매해 읽게 되었다.
나는 번번이 그분의 말씀을 새기고 살겠다고 결심을 하는데도 안될 때 좌절을 한다.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죽을 때까지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데 왜 안될까?
간사하기 때문이다. 욕심이 또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한 번 대청소했다고 뿌듯해하다가도 일주일도 안 돼 뽀얗게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수시로 마음을 다잡고 행동해야 비로소 내 인격이 되는 것을 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이 듦에 대한 삶의 태도를 얘기하고 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떨어진 봄꽃은 밟고 지나가지만 아름답게 여름을 나고 떨어진 단풍잎은 발길을 멈추고 주워 책갈피에 꼽는 것이다. 말씀은 일리가 있는데 어떻게 삶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나. 스님은 조금 부족한 삶이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소박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반면에 많이 먹고, 많이 입고, 많이 쓰겠다고 마음을 내면 돈이 많아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결국 삶이 버겁고 힘든 이유는 집착과 욕심 때문이라는 말씀이다. 늙음은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데, 계속 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여름으로 바뀌면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봄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거란 말씀이다. 젊음에 집착하기 때문에 늙음이 괴로움이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상처의 기억이 있다. 나이 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한'이 되어 울화병이 된 분도 계시다. 그 상처의 기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이미 일어난 일인데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일어나 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맞다. 그 어떤 수행보다 자신의 아픈 경험과 상처가 자신의 삶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
내 손에 있는 재물과 권력과 명예가 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