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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태도 사이

인간관계에서 나를 평가받는 잣대는 말과 태도뿐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잘 이어가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증명하는 최고의 능력이며, 타인이 점령한 새로운 세상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방송과 언론에서 30년 이상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명사와 성공한 인물들을 만나온 저자 유정임 씨가 '말과 태도에 품격을 더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말이 직업인 사람이 쓴 '말과 태도'에 대한 이 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유익하다.  그녀는 각 분야에서 인터뷰한 명사와 리더들의 성공은 실력뿐만이 아닌 말과 태도였다고 결론지었다.


저자가 직업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겪고 깨달은 체험과 논리적인 뒷받침이 있는 글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힌다.  그녀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로 시작해 조금씩 자신의 케리어를 쌓아가며 성공한 인물이다.  많은 다큐멘터리 사회이슈 부문 수상경력만 봐도 현장 가까이 밀착형 시선으로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은 그만큼 말과 태도에 대한 확신 있는 노하우를 제시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녀가 소개한 10명의 사람들의 공통된 태도는 '언행일치'였다.  품격을 대변하는 그들의 태도는 자신의 지식을 낮추는 겸손과 상대를 올려주는 배려, 대화를 이끄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었다.  혹시 본인이 사람들과 대면이 많은 직업이라면 유익한 책이다.


그녀가 말과 태도에 대해 거론한 사람들 중 박학다식하지만 겸손하고 바른말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한국말 잘하는 '타일러 씨(한국호칭으로 부를 땐 ~씨를 불러달라고) '에 대한 소개는 기억에 남는다.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그가 한 말한 모두 다 살리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군더더기 없는 말솜씨, 핵심으로 대화의 질을 손상시키려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쾌감까지 느끼게 하는 뇌섹남이기 때문이란다.  나도 동의한다.


말만 잘한다고 인맥이 넓어질까.  아니다. 품격을 더해야 한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다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품격 없는 사람의 주변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말에 품격을 갖춰야 제대로 된 말이 된다.  품격은 그 사람의 태도다.


말이란 정말 그런 거 같다.  말로 죄를 짓기도 하고 말로 덕을 쌓기도 한다.  말로 사람들이 모이고 말 때문에 상대와 절연하기도 한다.  뿐인가, 공자가 말했듯이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게 막는다.  말과 행동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호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자는 낯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의 인생은 누구나 예외 없이 첫 번째 만남으로 시작되지 않는가.  예의를 갖추고 내가 먼저 경계를 풀고 나를 낮춰 상대에게 다가가 보라고 권한다.  실수하면 어떤가.  인간적인 모습에서 상대는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 것이다.  우리가 낯선 곳에 갔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 준 상대의 인사로 인해 안전함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말주변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상대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도 좋은 리액션이다.


대화의 기술에서 항상 거론되는 '메라비언의 법칙'은 예외 없이 저자도 거론한다.  내가 굳이 대화를 이끌지 못해도 열심히 들어주는 자세만으로도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충분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알버트 메라비언은 '메라비언의 법칙'을 발표하여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요소로 목소리 38%, 바디랭귀지 55%, 말하는 내용 7%라고 주장했다.  비언어적 요소가 무려 93%나 된다면 대화의 실감기술인 바디랭귀지, 즉 제스처를 잘 활용해 보자.  효과적 대화의 기술에서 이만한 것이 없다."



기억하고 싶은 현장형 대처법이 있다.  무례한 사람이 갑질의 말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였다.  그녀는 무례인들을 물리쳐야 하는 '적'이 아니라 두려움이 많은 겁쟁이라 표현했다.  나르시시즘의 끝판왕 무례인들은 진정한 '갑'이 되지 못한 분풀이를 엉뚱한 곳에서 풀어내는 사람이라는 표현이다.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정립해야 대처방법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들 앞에서는 절대 주눅이 들거나 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감정적 언어는 최대한 자제하고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들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다가 진전이 없다 싶으면 한 발 빼는 것이 공통점이란다.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말과 태도가 아무리 좋아도 말이 빠르면 헛수고다.  이 부분은 굉장히 유용한 정보처럼 읽혔다.  저자 유정임 씨는 말을 상당히 빨리 하는 편이라고 고백한다.   영상을 찾아보니 빠른 정도가 아니라 무척 빨랐다.  열정이 많다고 좋은 평가를 주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의 뇌는 받아들이는 양이 있기 때문에 언어의 정보 전달량은 빠르다고 흡수가 높지 않다.  그녀는 '3대 1 법칙'으로 속도체크를 하며 세 번 빠르게 말했더라도 한 번은 억지로 천천히 숨을 내쉬며 공간을 만드는 습관을 들였다고 했다.  말이 빠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다.


빠르지 않게 천천히 말하는 연습도 말의 태도를 좋게 만든다.  핸드폰 자동녹음 앱을 이용해서 자신의 평소 말하기 상황을 들어보라고 권하는데 비유가 재미있다.  빠르지 않게 천천히 말할 때 주의사항은 느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게 무슨 말이지? 싶었는데,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로 비유한다.  "커피를 느리게 마셨다"는 동작이 굼뜨거나 상대를 기다리게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처럼 느리지 않게 천천히 말하라는 의미다.  아하!  웃음이 터졌다.  역시 방송을 많이 한 사람답게 쏙쏙 박히는 비유가 즐겁게 한다.


요즘은 조금만 지루해도 회의나 강의도중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 거린다.  습관이 된 것이다.  그녀는 아예 서로 바쁜 업무처리가 필요할지 모르니 30분마다 휴대폰 보는 시간을 갖자고 처음부터 합의를 하고 시작하면 어떻냐고 말한다.  규칙을 지키면서 배려하는 융통성이랄까.


정신과 의사와 토크하면서 세대 간의 다른 언어들을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도 인상 깊다.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말을 잘하려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답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잘' 들으라는 거다.  잘 들으면 상대가 보이고, 깊게 들으면 상대의 입장이 보이고, 넓게 들으면 돌려줄 말이 보이고, 제대로 들으면 내가 해야 할 말이 보인다."  



사람은 가도 말과 태도는 남는다.  말은 곧 내 인생을 대하는 자세란 사실을 배운 즐거운 책이었다.




<말과 태도사이 / 유정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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