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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공부

고수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



<손자>를 비롯한 중국의 병법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습니다.  중국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력으로 싸우면 크건 작건 우리 편도 피해를 입게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은 우리 편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이 여전히 우리의 서재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성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전 속에는 현실의 실타리를 풀리게 할 방법이 슬그머니 담겨있다.  인생의 정답은 생각보다 쉽고 근본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또한 인간이라는 특성상 정도正道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인생이란 사실도 깨닫게 된다.



저자 '유필화 교수'는 무기 없는 전쟁과도 같은 현실 속 정치, 기업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그 해결책을 중국역사의 '병법서兵法書'에서 찾아냈다.  전쟁은 중국 역사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 중국인들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에 늘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저자는 수많은 병법서 가운데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는 대표적인 7권인 무경칠서(손자, 오자, 사마법, 울료자, 이위공문대, 육도, 삼략)의 전편에 걸쳐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메시지를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무경칠서(병법서)에서 얻은 승리의 비결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하겠다.  무력으로 싸우게 되면 크건 작건 피해를 쌍방에 입을 수밖에 없고, 또한 상대의 적(인재)이 우리 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업체의 인재가 우리 회사로 영입되는 사례는 이제 흔한 예가 되었다.



그렇다면 병법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의 요점은 무엇일까.  

- 외교협상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봉쇄한다.

- 모략에 의해 상대방의 힘을 꺾고, 내부 붕괴로 이어지도록 한다.



우리는 정상회담이나 기업 간의 계약이 있는 D-day가 드디어 협상의 시작이 이루어지는 날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그날은 수많은 물밑 작업이 끝내고 최종 사인하는 날이다.  수험생이라면 수능의 D-day인 셈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대의 관점의 허를 찔러 실을 취하는 책략이 적중해야만 협상의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한 중국의 무경칠서(병법서)의 예시를 읽다 보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그 시사하는 점이 모든 영역의 정치, 경영에 꼭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병법서라지만 전쟁에 관한 규정과 노하우들은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리더십은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라 할 수 있는 데, 군주와 장수가 전쟁에 이기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어, 기업의 리더들이라면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우선 무경칠서武經七書는 싸움에서 이기려면 먼저 국내 정치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경칠서의 상당 부분은 민심을 모으고, 경제를 살리며, 임전태세를 튼튼히 하기 위한 치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정된 정치 체제가 되려면 군주의 리더십이 핵심이며, 군주의 기본은 덕德이라 하다.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귀하고 생생한 시사점을 주는 지도자 여섯 명을 예를 들어 자주 언급을 하는 데, 당나라 태종, 청나라 강희제, 주나라 재상 주공 단,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 관중, 청나라 말기의 장군 좌종당, 공산당 지도자 저우언라이를 꼽고 있다.



병법서에서는 지도자(적장의 장수)의 파악은 전쟁에서 승리를 좌우하는 정보의 하나로 꼽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히는 오기의 전략전술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승리를 쟁취하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적의 장수의 그릇과 재능을 충분히 조사한 다음,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싸운다.  이렇게 하면 힘 안 들이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적의 우두머리가 평범하고 경솔하게 남을 믿는 사람이라면, 속임수를 서서 꾀어내라.  탐욕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이면, 재화를 줘서 매수해라.  단조롭고 아이디어가 빈곤한 사람이면, 책략을 써서 바쁘게 뛰어다니게 하라.  


그래서 적을 지치게 만들라.  윗사람이 재력과 권력을 휘둘러 아랫사람이 불만을 품고 있으면, 이간책을 강구하여 분열을 꾀하라.  적의 작전 행동이 갈피를 못 잡고 부하가 장군의 지휘에 불안감을 갖고 있으면, 위협 공격을 가해 패주 시켜라.


전술의 기본은 원정을 피하고 멀리서 온 적을 맞아 싸우며, 충실한 전투력을 갖고 지친 적에 맞서며, 미리 배를 채워두고 적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정관정요>는 태종이 죽고 나서 약 50년 뒤에 당의 사관 오긍이 쓴 책(태종과 그를 보좌한 신하들의 정치문답집)에는 신하들의 간언을 적극 장려한 것으로 나온다.  


태종은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볼 수 없듯이 신하들의 간언이 없으면 정치적 득실에 관해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관정요는 자기경영의 큰 사례다.  또한 청의 강희제는 바쁜 와중에도 하루도 독서를 거르지 않았고, 마오쩌둥의 이인자 저우언라이는 공직자의 청렴함의 대표로 꼽힌다.  이처럼 중국인의 마음속에 통솔의 묘를 살린 위인들은 하나같이 자기 관리가 확실한 사람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기업경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들 중에 병법서에 나오는 용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 것도 손자병법의 모공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위의 내용을 기업경영에 비유 시 '경쟁사 조사'로 풀이해 준다.



제 경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경쟁사 조사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는 곳은 드뭅니다.  물론 기본적인 시장조사도 제대로 못 하는 마당에 경쟁사 조사까지 철저하게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 경쟁사 조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 경쟁사 조사는 고객 조사만큼 중요하다

- 경쟁사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경쟁사의 정보가 우리의 창의력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정치. 경영 등 모든 영역에서 리더십은 승패를 좌우한다.  패할 것을 알면서도 자존심 하나 지키기 위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적에게도 손을 내미는 전략적 인내는 균형 잡힌 지도력으로 훗날 인정받게 될 것이란 것을 고전이 증거로 내밀고 있다.  독서 중 현재 정치상황과 맞물려 안타깝게 읽혔다.



읽다 보면 병법서에서 얻는 지혜가 쏠쏠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을 '승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는 목적만으로 염두에 두고 읽기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자신의 기본적인 소양과 태도도 중요하다 느낀다.  




<승자의 공부 / 유필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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