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명태이기는 하나 건조 방법이 조금은 독특한 황태黃太가 있는데, 그 제조 방법은 우리 민족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이다. 한겨울에 대관령 등 고지대 산간에 있는 명태 건조장인 덕장에서 얼렸다 녹이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밤에는 냉기로 살 속의 수분이 얼어 근육 간격이 넓어졌다가, 낮에는 햇볕에 마르면서 얼음이 증발하여 빈자리가 생겨 육질이 스펀지처럼 부들부들해지고 누르스름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황태는 마치 말린 더덕 같다 하여 '더덕북'이라고도 부른다.
-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中
저희 집으로 제사를 모시고 온 뒤로 황태포가 상비품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랍니다. 찬거리가 마땅히 없는 겨울철인 요즘 황태무침을 만들어 내놓으면 식구들이 반색합니다. 황태는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몸이 차거나 소화가 잘 안 되시는 분들에게 참 좋아요.
황태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 만한 이유가 있죠. 생태가 얼고 녹으며 마르는 반복과정을 대략 100일 정도 지나야 만들어지거든요. 그 과정 속에서 지방과 염분이 빠져나가 담백한 맛을 내줍니다. 영양면에서도 명태보다 단백질이 2배 이상 되고 칼슘, 인, 칼륨 같은 무기질 함량도 많다고 해요. 특히 황태는 몸을 해독(농약, 오염물질로부터)시켜주는 효과가 탁월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압을 조절해 주며 우리 몸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피로를 회복 시켜주는 효과도 있답니다.
이제는 바다 물고기들을 보면 일전에 읽은 황선도 박사의 책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1월 물고기는 서민들의 물고기 '명태'였답니다. 명태는 바다 바닥 가까이 살기 때문에 근육에 지방이 적어 찌개를 끓이면 비린내도 나지 않아 인기가 좋죠. 그런데 회유성 어류라 공해상 어획을 중단시킨 러시아 횡포로 우리나라는 조업이 힘들다고 해요.
각설하고, 황태채볶음을 그동안 여러 번 하면서 가장 쉽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황태의 쫀득하고 고추장의 짭짤함이 육즙 터지듯 어우러져 입맛 도는 음식입니다. 볶은고추장의 고소함을 느껴보세요. 냉장고를 왕복해도 끝까지 맛있는 반찬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