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존재는 실제로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며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진보적이고 신을 믿지 않는 것이 보수적이고 신을 믿는 것보다 훌륭한 것일까?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저녁형 인간이 되기 쉽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훌륭한 것일까?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동성애자가 되기 쉽다. 이성애보다 동성애 쪽이 훌륭한 것일까?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노래를 동반하는 음악보다 단순히 악기로만 연주되는 음악을 좋아한다. 포크 뮤직보다 클래식 쪽이 훌륭한 것일까?
인간의 지능(IQ)이 개인적인 기호와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화심리학적으로 통계 및 추적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흥미로운 책이다. 합리적인 추론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의 사회조사(GSS)및 청소년건강연구기관(Add Health), 어린이발달연구(NCDS)를 통한 실증사례를 인용해서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서두에 밝힌다. 10만여 명, 50여 년간의 결과물임에도 갸우뚱해지는 결과물들이 많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우리는 날마다 진화하고 있고 무수한 정보를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률적 유의미한 결과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아무튼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지능(IQ)은 적응의 결과물로 본다. 지능(IQ)은 변화무쌍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추론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지능(IQ)이 높으면 유리한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이 책에서는 연구결과를 통해 지능이 높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모든 사생활을 체크하여 결과보고하고 있다. 부제인 '지능의 사생활'처럼 지능(IQ)을 문제해결능력 같은 학습 측면에서만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을 벗어나 인간관계 및 일상의 모든 것을 파헤쳐 놓았다.
지능의 본질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오해를 풀어보자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우리는 지능을 인격과 결부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능이 개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지능(IQ)이 높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높은 교육 수준과 존경받는 사회적 지위 등 좋은 통계결과만 있었을까?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아래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통계를 보였다.
저녁형(야행성) 인간이 많음
동성애자
노래를 동반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
과음이 쉽고 주정. 약물 과다복용자
아이가 없는 인생을 선택 또는 적게 낳음
무신론자, 진보주의자, 채식주의자
'지능의 역설'이란 의미는 우리가 믿고 있는 가치의 척도에 반하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이유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감정'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 '생각'을 하고 추상적인 논리를 사회나 대인관계 영역에 대입하는 경향이 높아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능은 유전적으로 거의 디폴트 값이어서 고정변수라고 한다.
인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은 '사바나 원칙'에 따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의 초창기 인류의 두뇌란 뜻이다.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원시 인류의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모르는 상대방과의 한 번뿐인 게임이라고 해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협력'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죄수의 딜레마'게임을 보더라도 우리의 뇌는 '집단생활'을 하며 평생을 보냈던 원시 인류의 뇌를 고수한다고 볼 수 있다. 포식자들로부터 생존위협을 지키려면 협력만이 위기탈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생활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은 생존의 위협으로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포르노'를 자주 보는 남성일수록 여성이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은 원시 인류에 있어 포르노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뇌는 포르노 속 여성이 실존인물이라고 동일시하는 무의식적인 감정의 선택지에는 '사바나 원칙'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80년대만 하더라도 드라마 속 악역을 맡은 배우는 길거리를 지나면 속절없이 욕을 얻어먹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인물과 동일시한 것이다.
우리의 뇌가 '생존과 번식'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본능을 탑재한 채 비록 현대를 살아가지만 원시시대의 뇌처럼 반응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의 진화가 완벽하지 않았음은 여러 뇌과학책에서도 사례가 많다. 본능은 지능과 반비례하는 것이다. 즉 지능이 높은 사람은 사바나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들을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간의 본성적 측면으로 지능을 바라볼 때 '지능(IQ)'이 높을수록 천성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가치로 이해될 수 있을까 하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진화 심리학자로써 지능의 역설을 우려했다. 인간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는 데에 나도 동감이다.
그렇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엄격히 생각하면 아이를 가지지 않거나 무사히 키울 수 있는 것보다 적은 수의 아이를 갖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일생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다. 인생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단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일, 진화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설계된 일-에서 실패하는 것이다. 완전한 동성애라든가 클래식을 좋아하는 일도 부자연스러운 행위지만 자신의 의지로 자식을 두지 않는 것은 그 이상으로 부자연스러운 행위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가 할 수 있는 가장 부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종 매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보다 편하고 보다 독특한 영혼의 자유로운 선택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인간의 뇌는 사바나에 머물지언정 사회가 진화를 이길 수 없어 보인다. 갈수록 지능화된 범죄, 저출산, 진영논리로 우리는 물론 온세계가 어지럽다. 뉴스보기가 솔직히 나는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