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은 실버 센류 모음집이다.
*센류(川柳):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풍자나 익살이 특색)
이 책은 일본의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의 주최로 2001년부터 매해 열리는 센류 공모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무려 11만 수가 넘는 센류 응모작 중에 선정된 걸작선 여든여덟 수를 추려 출간했다. 일본의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는 고령자 복지 향상을 목표로 설립되어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고 '실버 센류'는 매회 성황리에 응모를 받고 있고 5차에 걸쳐 심사한 뒤 협회에 가맹된 실버타운 입주자들의 인기투료로 입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엄격한 과정을 걸치고 엄선된 걸작선들이다.
'실버 센류'는 국내의 각종 인터넷 매체 통해 오르내리곤 했는데 책으로 출간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노인 특유의 삶의 풍류와 익살이 담긴 짧은 정형시라 젊은 층에도 입에 많이 오르내렸고 결국 한국 서점가에도 왔다.
한마디로 마냥 칙칙할 것만 같은 노인들의 세상을 유쾌하게 담은 시다. 읽다 보면 짧은 시(詩) 안에 담긴 묵직한 웃음과 해학이 결코 가볍지 않아 놀랍다. 나이 들수록 몸과 함께 느려지는 사고로 인한 우울과 슬픔도 적지 않을 텐데 그마저도 웃음으로 날려 버린다. 인생은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 말하는 것만 같다.
법륜스님은 '인생수업'이란 책에서 '쌀과자처럼 바삭한 이별'이란 말로 늙어가고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을 드라이하게 말씀하셨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몸이 조금씩 말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나쁜 게 아닙니다. 죽은 뒤에 관 들기도 수월하고, 화장할 때 에너지도 적게 들어요.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소진하고 꺼져가는 등불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게 좋고, 숨이 넘어갈 때까지 정신이 맑으면 더 좋습니다.
반야심경에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생하고 멸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생하는 것도 아니고 멸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또 '나이 드는 기술'의 저자 '앙드레 모루아'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것은 희망을 유지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슬프지 않게 받아들이고 마음과 몸이 모두 건강하게 종점에 도달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다.
위대한 일은 힘이나 민첩한 육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언, 권위, 성숙한 지혜에 의해서 성취될 수 있다. 노인은 그런 것을 잃어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풍부하게 몸에 지니고 있다. 마치 기생목이 말라죽은 떡갈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살듯이 인간의 지성은 노년에야말로 꽃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된다.
무겁게 생각하면 한없이 버거운 삶이지만 웃으며 바라보면 노년은 바람과 같이 가벼울 수 있는 기간이다. 하늘을 향해 마음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인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시(詩)를 읽으니 웃음의 효과인가, 힘이 난다. 그래. 이왕이면 웃으며 늙어가자.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실버 센류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