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지도, 도망치지도 말 것
저자 양재진과 양재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사 형제로 현재 다양한 방송에 출연을 하고 있으며, 유튜브 '양 브로의 정신세계'를 운영하면서 직접적인 고민상담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며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거부감을 개선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비대면 심리 상담서'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고민하지만 쉽게 병원문을 노크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Q & A 식으로 상담과 함께 실질적인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을 담았다. 그 질문지의 선정은 유튜브 채널과 심리상담 앱에서 다뤘던 사례를 바탕으로 추려내었다고 하는데, 그 질문들이 형태만 조금 다를 뿐 내가 겪어본 삶(가족, 직장, 연애) 속 문제들과 유사해서 들킨 사람처럼 솔직히 놀랐던 것 같다.
"낮은 자존감, 불투명한 미래, 가족과의 불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연인 사이의 상처... 누구든 한 번쯤 겪어본 문제입니다."
쳅터마다 중요하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누누이 저자들이 말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마음을 제발 알아차려 달라고 말한다. 나를 채워주고 나를 알아주고 나를 슬픔에서 멈추게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뜻이다. 독자마다 책을 통해 얻은 소득이 있겠지만 나는 가족에 대한 나의 생각이 공고해졌다.
태어나서 최초로 만나는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의 비중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우리는 '내 안의 어린아이'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 우리가 대부분 형성된 성격이라고 불리는 자아는 부모님과 나 그리고 형제와 나와의 관계에서부터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굳어진 것이다. 아무리 몸집이 커서 어른이 되었어도 이미 형성된 정체성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바꾸기란 그래서 어렵다.
"그동안 가족에 대한 소속감에만 집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과 동일시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본인의 에너지를 외부로 돌려서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탐색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본인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가족을 다시 한번 바라봤으면 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것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의 균형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감정적 거리가 먼 타인들이 한 말보다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들이 건넨 아픈 말로 더욱 큰 상처를 받게 된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잘못을 먼저 살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행동에 대한 가족과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객관화는 어떻게 가져야 할까. 저자는 내가 가족들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의 원인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내가 가족 혹은 어머니를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이 그들을 위한 것인지,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 하지 않았을 때의 불안 때문인지를 잘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가족 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스스로 편해지는 연습을 해봤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평화라면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의 인생 개척을 위해서라도 나의 희생은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게 결론이다. 고립되어 있는 고민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힘들더라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큰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만 돌리지 말고 나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나를 알아줘야 한다.
그렇다면 불편한 관계는 완벽한 단절만이 답일까. 저자는 헌신하지도 도망치지도 말라고 조언해 준다. 조금씩 그들이 나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응시간을 서로 갖는 게 좋다.
"내가 상대의 마음을 배려한 만큼, 상대는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습니다. 여기에 상처받고 서운해하며 관계를 닫아버리는 식의 대응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근본적인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연습을 시작하세요. 너무 급하지 않게, 주변 사람들도 나의 변화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게 천천히 달라지세요."
나를 온전히 지키면서 사랑하고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지나고 나서 과거의 나의 모습을 해석하곤 한다. 그렇다면 나의 미래는 어떨까. 최소한 이제는 내 마음을 알고 움직이고 싶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방향을 잡을 테지만 최소한 그것 하나만은 말할 수 있다. 적당한 거리감이다. 서로를 압박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정성을 다할 것이다. 남에게 내려진 평가에 좌절하지 않고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