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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려면 혼란이 있는 거야


"분명 어려울 수 있다.  혼란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리 결론을 내지 말고 그냥 한 번 더 깊게 들어가 봐라.  달라지는 생각들을 피하지 말고, 관련된 것들을 더 읽고 더 생각해 봐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도 고민하지 말고 그냥 덤벼들어서 해봐라.  그러면 어느 순간 어떤 언덕을 넘어서는 듯한 느낌이 올 것이다.  좁은 동굴을 빠져나와 탁 트인 듯한 느낌이 올 것이다.  좁은 동굴을 빠져나와 탁 트인 아름다운 들판을 내려다보는 그런 느낌.  뜻밖에 마음의 평정이 오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생물학자 최재천교수가 행복한 과학자로 불리기까지의 삶을 그린 책이다.  '과학자의 서재'란 책 제목은 세계적 권위의 자연과학자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방황의 고비를 넘게 해 준 책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  과학자의 글솜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필력이 상당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로 인해 편안히 흡수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는 성장기 내내 시인을 꿈꾸는 문학도였다.  



굳이 과학자의 꿈을 꾸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에게 롤모델의 책이 될 만큼 소중한 인생의 진심이 담겨 있고, 특히 부모의 역할에 대한 지침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학력과 경력을 단순히 본 사람이라면 매우 순탄하고 인생의 길마다 매번 행운의 귀인이 나타나 똑바른 인생을 산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또 천성적으로 두뇌 좋은 DNA를 타고났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실제로 벼락공부를 해도 운 좋게 좋은 실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대학을 섭렵하고 수많은 책을 출간하였으며 자연과학자로서 최고의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한 과학자가 되기 위한 탐험의 꿈을 안고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으로 가서야 제대로 된 공부를 하는 학생이 되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긴 방황을 한 셈이었다.  나는 그가 단순히 머리가 좋고 운이 작용했다는 말은 겸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거라는 믿음이 강하게 들 때 호기심을 놓지 않았고 매 순간 몰입을 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빠졌던 이유기도 했다.



긴 방황은 그만큼 갈 방향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삶 속에서 귀인을 만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매번 찾았던 것을 나는 '몰입'하는 모습, 사람들이 대충 이 정도면 됐어, 하고 손을 털 때에도 일어서지 않고 결과를 찾는 모습을 비출 때 상대는 감동을 받고 기꺼이 응원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본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방황의 끝을 알리고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게 해 준 것은 바로 운명적 '책의 만남'이다. 이 또한 끝없는 자아 추구에서 오는 지적 만남이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찾고자 하는 마음은 지적탐구로 이어지고 그의 노력의 끝에는 책이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은 후에라야 내 인생의 드라마가 드디어 시작된다.


인문학에서는 오랫동안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해왔지만 수많은 이론만 남무하고 있고 객관적이지 않았다.  사실 그것이 인문학의 한계이자 가치기도 하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유시민 작가는 인문학적 지적한계를 과학적 사실로 보충하니 가치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도 문학도에서 생물학에 인생을 바쳐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 책은 '우연과 필연(자크 모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배울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스승이 나타났다고.  



'사람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된다'라는 말이 책에서 나온다.  그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 들어가 제대로 공부를 위한 공부에 미쳐있던 생활을 읽다 보면 그때야말로 인생의 지적 폭풍성장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가 생물학을 배우겠다고 선택한 책이 '우연과 필연'이었다면 사회생물학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도킨스)'다.  밤새 영문의 책을 완독하고 새벽에 동트는 일출을 맞이한 경험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나는 최근에 칼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가장 인상깊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문득 유전자의 기계로 살아온 지난 생의 허무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고스란히 해석했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알게 되었을 때 당장은 희열을 느끼지만 곧이어 염세적인 회의론자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긍정적인 그는 같은 분야의 책들을 탐구하고 토론회도 참석하면서 더 깊은 학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렇게 도전하듯 만난 사람이 바로 사회 생물학의 대가 '에드워드 윌슨' 박사다.  그 과정을 읽는데 짜릿한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성공사례의 책이 아닌 인생의 지침이 되었던 자신만의 꿈의 도서를 찾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읽힌다.  앞으로 많은 삶을 도전하며 살아갈 청소년들과 훈육하는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들이 참고하며 읽는다면 도움이 될 너무나 훌륭한 도서다.  



혼란기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해 덤벼드는 용기를 가슴에 품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인처럼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단순 명료한 이 책의 결론이다.



<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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