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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

단순하게, 자유롭게, 유연하게 살자


고독한 시간과 고립은 다르다.  혼자가 되는 장소를 갖는다는 건,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에 나에게 물어본 다양한 일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힘이 된다.  혼자서 행동할 때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반드시 필요하다.  고독을 확실히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자.  나이가 들어갈 때 큰 힘을 줄 것이다.




'코코 샤넬'의 유명한 말이 있다.  "스무 살의 얼굴은 자연이 준 것이다.  서른 살의 얼굴은 당신의 생활로 새겨진다.  쉰 살의 얼굴에는 당신의 가치가 나타난다."  



중년이 되면 얼굴에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말은 단지 열심히 관리한 얼굴로 평가한 것이 아니다.  정중하면서도 풍부한 어휘, 꾸밈없는 편안한 말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성, 상대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는 태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겉모습에 드러난 내면의 반함이다.



우리는 흔히 오십을 전환점으로 삼고 새로운 인생을 논한다.  본격적인 은퇴 시기와 맞물려 신체의 노화가 두드러지고 자녀들이 하나 둘 독립을 선언하며 가족 구조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까지는 가족과 남을 우선시하며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생활 방식, 습관, 행동에 대하여 자신만의 삶의 전반적인 개혁 내지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활동이라는 말로 '종활 終活'이라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초고령화된 일본의 연령대 구조에 맞물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개념이 보편화되었고 관련 비즈니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영광스러운 과거의 집착은 꼰대로 낙인 될 뿐,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고 즐겁게 적응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온 인생의 깔끔한 순응이자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크리에이터와 작가가 직업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십 이후의 현재를 보내는 자신과 주변이야기를 소개하며 독자들도 편안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충분한 연습을 해보자고 권하고 있다.  정직하면서도 솔직한 바람들이 읽는 내내 나에게 말하는 다짐이랄까, 지금 내게 맞춤형으로 만난 책이란 생각이 들어 좋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왜 태어났을까, 어차피 죽을 텐데 왜 이렇게 사람들은 아웅다웅 지치게 싸우며 살까.. 회의론자에 가까운 오래된 질문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독서들로 인하여 해갈이 되었고 드디어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아름답게 살아야 하고 맑고 우아한 정신으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으로서 내가 머문 곳을 스스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며 스스로를 경계하는 다짐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소노 아야코는 '계로록((戒老錄)_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란 책을 마흔에 썼다.  그녀는 스스로 노년을 경계함으로써 깔끔하고 명랑하게 노년을 맞이하겠다고 결심한다.  계로록에서 인상 깊었던 글이 참 많다.  그중에서 노년에 가장 크게 다가올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쓸쓸하지만 강한 어른이 되기 위한 다짐이다.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외로움은 노인에게는 공통의 운명이자 최대의 고통일 것이다.  매일 함께 놀아주거나 말동무를 해 줄 사람을 늘 곁에 둘 수는 없다.  목표를 설정해서 노후에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오륙십 대에게 앞으로의 몇십 년은 이전까지의 몇십 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모든 일을 즐기고 마음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서로 이해할 만큼 안심되는 관계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의 상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의 취미, 작업이 필요하다.  나에게 독서와 글쓰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떠나는 새는 뒤를 어지럽히지 않는다'는 말처럼  중년 이후의 삶이 우아해지고 싶다면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내 몸에 세팅하지 않으면 예전의 습관이 고집처럼 불쑥 나타날 수 있다.  저자의 제언처럼 단순하게, 자유롭게, 유연하게 살아가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다른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에 얽히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상관하지 않으며 홀가분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겐 생산적인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오십 이후 옷차림, 손관리, 자신의 물건(필요 유무 따진 뒤) 간소화하기, 적당히 관계두기등 오십의 우아한 태도를 현실적으로 알려주는 팁은 상당히 즐거운 소득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본심에 계속 귀를 기울이라는 조언은 눈물 나게 따뜻했다.  


더 이상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염려하지 말자.  불안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야말로 현실이다.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나거나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했을 때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의식하자.  천천히 호흡하는 걸 의식한다.  숨을 쉰다는 건 살아 있는 것이다.  마음 챙김으로 살아간다.  인생의 가장 끝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 / 요시모토 유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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