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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해방

그것은 내 생각이 만들어낸 고통일 뿐이다


고요한 것을 갈망하고 그 고요함을 느끼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좋은 숙소를 예약하고, 좋다는 캠핑 장비를 구입해 훌쩍 떠나는 것이 유행이 되었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몸이 어떤 장소에 있든, 그 어떤 호사를 누린다 해도 그것과 내면의 고요함과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이다.  




'마녀사냥'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곽정은'씨가 명상수행자로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속박하며 떠나지 않는 열등감, 두려움, 외로움, 불안, 미움, 분노, 의심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마음가짐과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냈다.



알고 보니 그녀는 13년간 기자로 일했고, 10년간 9권의 에세이집을 쓴 작가였다.  또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인도 첸나이에서 명상공부를 하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와 명상 수행코칭까지 했다는 이력이었다.  현재도 대중을 위한 마음 수업, 명상 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솔직히 상당히 놀라웠다.  방송에서 보였던 당당한 케리어우먼이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고요한 내면의 성찰을 통해 힘을 얻는 전형적인 내향형 인간이었다.  소란하게 노출된 방송생활과 악플러들을 어떻게 견디었는지 참 대단했다고나 할까.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을 꼽으라면 내 안의 진정한 고요함을 만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녀가 인도의 명상학교에서 '고요'의 체험을 얻기까지 그녀의 아픈 체험들을 읽으면서 나는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하고 지나온 과거 속 괴로움, 고통, 열등감이라 불리는 상처들이다.  친절하기에, 약자이기에 감수해야 했던 분노들이 아직도 내면에 소각되지 않은 채 꿈틀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내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노하게 한 상대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시종일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재판관이 나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청정도론)에 행위에 대한 과보(인과응보因果應報)는 행위의 상속자가 삶의 결과로 정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 행위의 재판관은 내가 아니란 뜻이다.  



인도의 명상 스승이 그녀에게 용서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신 말씀이 참으로 훌륭했다.



"용서란 그 사람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결정입니다.  이것은 숙제도, 의무도 아니며 내가 그것으로 인해 더는 고통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내리는 결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결심하고, 노력하고, 연습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더 이상 나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나를 아프게 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용서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이제야 깨닫는다.  과거를 소환해서 누구를 탓하는 마음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  그것은 상처를 계속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와의 소원한 관계, 절친했던 사람과의 이별도 마찬가지다.  경전의 '연기관'은 여러모로 삶의 모든 세계관에 적용이 된다.  이는 윤회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었고, 결과로 남았을 뿐이다.



결국 스스로의 고요한 마음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동물들은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을 느끼면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 먹지도 않고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찾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비명 비슷한 탈진이 오면 고요한 곳을 찾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어 한다.  다른 투숙객들과 만날 일이 없도록 설계된 프라이빗 리조트가 각광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현대사회의 소음을 떠난 신체의 자유일 뿐 내면의 생각들까지 차단된 것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의 소음은 전혀 고요하지 않다.  우리는 왜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화가 났을 때 분명히 처음에는 작은 화의 감정이었는데, 몇 배는 더 부정적이고 강렬한 화로 번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요하고 평온한 삶을 갈망하면서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은 희론(戱論), 즉 '내가 멋대로 만들어낸 생각'에 가장 큰 원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열쇠를 잃어버린 것은 대문 앞인데, 큰 길가가 밝다고 그곳에 가서 찾으면 열쇠가 찾아질까?  더 좋은 여행지를 가지 못해서 마음이 혼란한 것이 아니라, 더 조용한 업무 환경에서 일하지 못해서 내가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을 갖고 태어난 인간이며 그 마음을 단속하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단속하며 고요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명상수업을 끝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동료가 직장에 복귀해서 순식간에 예전과 같아졌다고 말한 것이 문득 기억이 난다.



저자는 명상수행으로 마음의 고요를 찾았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체험한 '사마타(Samatha)' 수행을 통해 '희열'을 느꼈다는 글을 읽는데 고승의 말씀이 아니라 그런지 굉장히 짜릿하게 읽혔다.  들숨과 날숨이 드나드는 호흡의 접촉 지점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라는데 처음엔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인생 최고의 진정한 고요함을 찾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제 언제 어디서든 힐링을 찾아 조용한 야외를 찾지 않아도 된 것이다.  마음 챙김으로 사마타(집중)와 위빠사나(통찰) 수행은 이미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될 정도로 많이 애용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면 이 세상을 아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외부가 아닌 내부를 살피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지식과 지혜로 착각하며 산다.  정보는 그저 하나의 통찰로 가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에 잠식되지 않고 내면에서 요구하는 평온을 통찰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대기업의 광고시장에 노출되어 너무나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인양 쫓기에 바쁘다.  



나는 소비 관습을 멀리하고 자신만의 근원적 행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명상수행이 될 수도 있고 쇼펜하우어의 제언처럼 예술을 통해 대상과 하나가 되는 행위도 좋을 것이다.  대상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조화되려는 노력이 소용돌이치는 인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마음의 고요를 얻을 수 있다.



<마음 해방 / 곽정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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