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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나르시시스트가 당신을 통제하려 든다면


나르시시스트의 근간은 불안정한 정체성과 자존감이며, 그들은 자신의 결함을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래서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한테 전가하는 것이다.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네 문제야, 난 대단한 사람인데 잘못했을 리가 없지.' 이런 식으로 사고하며 자신도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또한 자신이 믿는 거짓 현실이 진짜 현실이 되도록 상대를 필사적으로 조종하려는 것이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우리는 무심코 '나르시시스트'라 생각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바라보는 나르시시스트는 성격의 건강한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대략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고 성격의 건강한 정도가 신경증적 수준 안에 속하는 나르시시스트는, 어느 정도 대인 관계를 적절히 맺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등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경계선 수준에서 정신증적 수준까지 이른다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고 있는 수준으로 분류된다.  


건강한 수준 --> 신경증적 수준 --> 경계선 수준 --> 정신증적 수준



성격의 건강한 정도가 병적인 수준에 가까운 경우의 나르시시스트는 매우 유해하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나르시시스트(과대형)는 눈에 띄게 자신의 성취와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믿으며 거만하고 어디를 가든지 특별대우를 받길 기대하는 사람일 것이다.  사회적인 성공이나 권력 또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터라 그들 스스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한다고 믿으며 우월감에 빠져 있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서 특히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고민으로 누구보다 진심인 분이다.  2022년 엑스퍼트스케이프 우울장애 분야 세계적 전문가로 선정된 바 있다.  그녀는 의사로서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스스로만 탓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해 주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대받고 존경받아야 할 배려심 깊은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받는 사실들이 적지 않아 읽는 내내 놀랐다.


현대사회는 경쟁에 이긴 사람이 우위선점을 하는 세상이다 보니 내적 풍요로움보다는 외적으로 보이는 요소로 너무나 과다하게 에너지를 쓰며 살고 있다.  이는 이기적이고 자신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성공하는 패턴으로 이어지게 되고 사회전반에 걸쳐 나르시시스트문화가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 오히려 힘들어지는 것이다.  내 주변엔 왜 이렇게 나르시시스트가 많을까?  고민하는 내담자들에게 저자는 나르시시스트가 조종하기 쉬운 먹잇감이라 말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살아오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잘 알아본다. 우리는 모두 상대의 조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취약성을 지닌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부족함, 다른 사람을 실망시킬 것에 대한 두려움, 특정 사람이나 사안에 대한 양가감정 등을 때때로 경험하고, 불필요한 책임감이나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 등의 취약한 감정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감정을 나르시시스트가 공략하기에 이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일수록 그의 조종에 취약할 수 있다.




상호교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공감능력이 나르시시스트에겐 조종대상이고 자신의 자존감을 세워줄 하녀로 보일 뿐이다.  읽다 보면 너무나 화가 나고 살아오면서 만났던 악질의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이었다.  이제라도 그들의 성향을 파악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상대로 인해 내적, 외적 고통으로 괴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는 자기애성 성격 특성일부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공감능력이 부족하여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 반면 본인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나 비판은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귀신같이 감지한다.

-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게 한 사람은 법을 들먹이며 소송을 불사한다.

-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장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한다.

- 자신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치켜세워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서플라이)

- 외부로부터 자신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안정감을 찾는다.

-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과대 사고와 자신은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특권의식을 지니고 있다.

- 충동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으면 참지 못한다.

- 상대방이 불편하든 말든 자신이 하고 싶기에 그냥 마땅히 지켜야 할 다른 이의 바운더리를 넘어 버린다.

-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믿으며,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과대한 느낌을 갖고 있다.

- 자신의 성취와 능력에 대해서 과장하고, 적절한 성취도 없이 자신이 우월하다고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 중독에 취약한 특징이 있고, 이조차도 사회나 상대방 탓으로 돌린다.(분노조절이 불가능하다)

- 자신이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세상은 나르시시스트가 아주 넓게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나르시시스트에는 과대형 나르시시스트,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악성 나르시시스트,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 독선적 나르시시스트가 있다.  


읽으면서 너무나 무섭고 잔인하고 슬픈 마음까지 일어나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불편한 느낌을 주는 말들을 유념해서 기억해 두었다가 필사적으로 대피하거나 무반응으로 견뎌야만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내가 그들을 구제하겠다는 생각은 금지다.  그들은 유아적 사고방식(울고 떼쓰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성장한 어른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공감은 없고 상대를 조종하기 위한 빵부스러기있을 뿐이다.


빵 부스러기를 가끔 던져준다.(브레드크럼빙)

진실된 관계 안에서 상대에게 제공하는 공감과 배려, 존중, 다정함, 상호 교류 등의 요수가 식빵 한 덩어리라면, 상대방이 관계를 떠나지만 않도록 보여주기식 행하는 의미 없고 하찮은 호의들



성장과정에서 환경적 요소(나르시시스트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육아는 한 사람의 온전한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주변의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여러 번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맞춰주고 기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는 부족하기에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나를 괴롭히는 나르시시스트가 의식적으로는 불편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느끼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들이 주로 말하는 가스라이팅이다.  나에게 불안한 육감을 무시하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당장 피해야 한다.



너 너무 민감한 거 아니니?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냐?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민감해?  이렇게 편하게 살면서 고작 그런 걸로 불평을 해?  다른 사람들은 너보다 더 힘들어.  너는 그렇게 느낄 자격이 없어.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어.  네가 잘못 기억하는 거야.




- 나의 육감은 내 생각보다 정확함을 믿어라

-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의 내면 심리를 파악한다

-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알아차린다

-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탓하게 하는 말들을 경계한다

- 관계 초반에 나를 유혹하는 러브바밍을 조심하라

-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하나의 돌이 되자

- 나를 자극하는 부정적인 미끼를 주의하라

- 그 사람 앞에서는 나의 깊은 마음을 숨긴다

- 상처를 그만 곱씹고 잘못된 연결고리를 자른다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 원은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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