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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나 자신은 내가 양육한다



자존감이 건강한 수준으로 높은 사람은 나의 진심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자신감만 높은 사람들은 반드시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자기애적 다독임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아 달라고 채근합니다.  그러나 내 가슴속의 모든 진심이 굳이 통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모든 사람의 진심을 일일이 알아주며 살아오지 않았으면서, '아, 맞다. 그래도 너는 이런 진심이 있었지?' 하며 살지 않았잖아요.  진심이면 언젠가 통할 것이란 믿음은 타인의 인정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 책은 뇌과학 연구에서 밝혀진 논문들과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직접 겪은 사례들을 정리해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받는 주관적인 정신적 상처들을 다루며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회적 활동의 정신적 상처라면, 결국 '자존감의 스크래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존감의 상처를 주는 대상은 너무나 다양해서, 미성숙한 주 양육자(부모)로부터 시작해 선생님, 친구, 연인, 직장상사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의 힘으로 마음의 상처들이 아물기도 하지만 불쑥불쑥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딱지가 뜯긴 채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그동안 '자존감'을 다루는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번 책은 읽기도 편했고(저자는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느라 고생이 많았겠지만) 객관적인 합리성도 있어서 설득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나 지나치게 높을 때,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마저도 뇌는 부지런히 '자존감'의 상태를 알려주는 데이터(자기 공명영상 MRI 스캐너)를 보여줌으로써 뇌의 실시간 기능적 상태를 알게 해 주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공감하게 만든다.



뇌는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을 때조차 한시도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에도 활성화되는 뇌는 네트워크, 자의식, 자기 개념, 자기 참조적 정보처리 영역등을 가동하면서 타인의 마음이 이럴 것이라는 자기와 타인에 대한 정보처리 뇌 영역만큼은 좀처럼 쉬지 못한다.  뇌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도록 세팅되어 있어서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하늘의 구름을 보고 '토끼'니 '코끼리'라는 등 다양한 형태로 상상하는 어린아이들처럼 말이다.



상대의 마음의 결정에 안절부절못하는 낮은 자존감의 소유자가 되는 계기는 자신의 단점이나 참모습이 드러나게 되면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낮은 자존감이 생기는 원인은 참으로 다양했다.  



낮은 자존감이 왜 위험할까.  낮은 자존감은 기분장애나 불안장애, 심각하면 자살 행위 등과 같은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유년시절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이 대부분 어리고 미성숙한 '양육자(부모)'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발견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유년시절의 영향력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



저자는 자식에게 나쁜 환경을 제공하는 주 양육자를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라고 일침한다.  만약 유년시절에서 현재까지 이어져 주 양육자의 그늘에서 힘들다면 가능한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분리를 하라고 권한다.  그들(부모)의 실패가 나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성숙한 수준의 재양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다.  편안한 사람은 심리치료사 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도 가능하다 말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존감은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을 대변할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면 좋다고 권한다.  일관된 성격은 상대를 안심시키긴 하겠지만 그런 성격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안정적이지도 못하다.  내 진심을 굳이 상대에게 일일이 전달할 필요를 느끼지 말아야 한다.  내가 상대의 진심을 일일이 챙기지도 못하지 않는가.



또한 직장은 자아실현장이 아니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직장에서 불필요한 감정노동으로 휘말리면 그만큼 정신적 소진으로 힘들 뿐이다.  직장에서는 조직이 원하는 부캐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뇌는 실패를 거울삼아 천천히 성숙되어 간다.  우리는 누구나 충분히 불충분하고 완전히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니 현재 자존감이 낮다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인해 고립되기 쉽지만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와 피드백에 예민해서 남들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염려하기에 큰 실수가 적은 편이다.



나는 책 속의 글귀 중 이 문장이 참 좋았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니에요."


그동안 마음의 상처로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고, 용서하고, 실패의 강을 거울삼아 천천히 일어섰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나를 잘 아는 나를 먼저 사랑하길.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책에서 힌트를 받아 찾은 내 결론은 이렇다.



나 자신은 내가 양육한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허지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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