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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시간

관계는 어렵고 감정은 모르겠다면



나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려 하거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집착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기분을 회복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상황을 왜곡해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를 우월하게 생각하려는 부질없는 노력,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거를 찾아내고자 애쓰는 자기 최면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중지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타인과의 비교를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감정이 하늘로 치솟거나, 누군가의 지적이나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 없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의 용어가 최초로 사용하게 된 심리학의 개요부터 현재 통용되며 혼란을 겪는 '자존감'에 이르기까지 자기감정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차분하게 파헤친 책이다.


'자존감을 지킨다'는 것은 실수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아니며, 현실적으로 불행에 처한 자신을 행복의 문으로 향하도록 노력하는 개념이 절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먼저 저자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해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일부터 중단해야만 내가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내 감정과 내 생각을 존중하며 나를 보살피는 일이야 말로 '자기 친절'이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자존감이란 말은 1890년에 최초로 등장했다.  자존감의 정의를 당시에는 "자신에게 중요한 영역에서 실패한 것 대비 성공 비율" 또는 "객관적 이유와 상관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평균적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정의를 그대로 대입해 해석하자면 자신이 뜻한 바를 대체적으로 많이 이룬 사람이 자존감이 높다고 보는 것이고, 실패를 많이 했다면 낮게 나오게 된다.  이후 많은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자존감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했는 데, 로젠버그는 자존감을 "비교적 안정적이고 전반적인 자기 가치감"이라고도 정의했다.


이후 유명한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언과 커크 워런 브라운은 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왜 우리에게 자존감이 필요 없는가?'라는 자료를 발표한다.  우리가 '나'를 '나'로써 순수히 하나의 과정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남이 판단하는 좋은 대상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게 되면서 자신이 쓸모 있는지, 가치 있는지를 애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나'를 대상으로 외부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서구 심리학의 오랜 관습에서 고착화된 것이라 한다.  그러니 지금까지 자존감을 해석하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현대인은 자꾸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존감에 상처를 준 열등감의 폐쇄회로에 갇히며 살고 있다.


저자는 상처 난 자존감의 대안으로 '자기 자비 self-compassion'를 갖기를 권한다.  자기 자비는 세 가지 요소를 갖는 데, 자기 친절, 인간보편성, 마음 챙김이다.  또는 저자는 MBSR을 기초로 만든 '마음 챙김을 통한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소개해 주고 있다.  단순히 마음이완 훈련과는 다른 프로그램인데, 사람과의 관계로 힘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삶을 유지하고 희망을 찾고 행복을 느낀다.  성격이 같은 사람과의 관계는 나 자신을 이해받는 것 같아 삶이 행복하게 느끼게 하지만, 감정의 부딪침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힘든 관계를 만나게 되면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럴 때, 내 마음속에서 반응하는 감정을 가만히 분류하여 나 자신 스스로 '알아차리면' 좋다고 한다.  '아, 내가 지금 이 사람으로 인해 근심걱정이 생겨 불안하구나', '내가 이런 행위로 인해 행복하구나' 이런 식이다.


법륜스님도 이와 유사한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우리의 정신작용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차리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내가 화가 날 때 화나는 줄 알면 변화의 시작이 가능하다.  즉 '알아차림'은 마음이 고요하게 이를 수 있는 첫 번째 단추인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든 관계를 '정서'로 칭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마음 챙김'은 휴식이나 종교적 행위가 아니다.  일상의 삶을 초월하거나 생각을 비우는 작업도 아니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정서는 본인이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 실험은 놀라웠다.


실험참가자의 절반을 '집주인'과 '세입자'로 역할을 부여한 뒤 영화선택을 하게 했을 때(미션 부여), 세입자에게 즉각 돈을 받아내는 미션을 받은 집단은 '갈등을 촉발'하는 긴박한 영화를 택했고, 장기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집단은 '협력'을 강조하는 영화를 택한 것이다.  즉, 정서조절을 위해 사람은 도구적 접근을 할 줄 안다.


정서를 분류하는 작업은 나 자신을 잘 이해하는 과정을 밟게 되어 마음 챙김을 얻음과 동시에,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추론하게 하고 조망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데, 이를 '조망수용 perspective-taking'이라 한다.


저자는 독자들의 자기 이해를 돕는 마음 읽기 입문 코스별 매뉴얼을 도구로써 이 책을 구성해 놓았다.  신경과학 연구나 장기간 연구를 통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춘 자기 이해 안내서라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서 찾는다.  재산, 지위, 명예, 친구 등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중 뭔가를 잃어버리거나 싫증이 나면 행복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이다.  무게 중심이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늘 바라는 것에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이다.  


우울한 나, 불안한 나, 두려운 나, 화가 난 나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스스로 감당해야 함을 잊지 말자.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외면하면서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한다 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변지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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