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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당신의 소비는 본능일 뿐이다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즉각적인 이익 및 대가와 지연된 이익 및 대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런 결정에 은퇴를 대비해서 얼마를 저축할지, 다이어트를 시작할지, 대학원에 등록할지, 아니면 취업할지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할인율이 높다. 이는 남성들이 즉각적인 혜택을 더 선호함을 의미한다. 이 보편적인 성 차이는 성 선택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양육 투자 의무를 덜 부담하고 수명이 짧으므로 남성의 번식 적용도는

여성보다 변화무쌍하다. 따라서 남성은 더 조급한 성향으로 진화해 왔다.





현대인의 모든 소비 행위(본능)를 생물학을 토대로 한 진화 심리학으로 해석한 흥미로운 책이다. 진화심리학은 2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비교적 새로운 학문 분야라고 한다. 현대의 마케팅을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 진화적 메커니즘을 찾아내어 적용하고 증명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합리적 이성이라 자부하는 인간을 포유류라는 동물로 접근하여 소비자 본능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지만 생물학에 기반을 둔 체계(뇌신경 영상 촬영 기술 등)와 뇌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비즈니스 학문에 많은 돌파구를 찾은 것이 진화심리학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인간은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고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라는 이름까지 부여받았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각해 보라. 아마도 최종 선택하기 전에 모든 자동차 대리점을 가 보거나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차량 정보를 입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어느 순간 충분한 정보를 알았으나 마쓰다 SUV를 사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과거 고전 경제학자들은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관련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아무도 이런 기이한 기준을 따르지 않았으며 후속 세대 경제학자들은 추가 검색에 따른 한계이익(더 낮은 가격에 팔리는 같은 제품을 찾는 것 등)이 상응하는 한계 비용(검색에 든 시간 등) 보다 더 큰 정보에 대한 검색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양식화된 모델은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추가 정보 획득을 그만두는 시기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데이터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분석해야 탁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추정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거리가 먼 방식을 선택하지만 생태적으로는 더 합리적인 것이다. 즉 진화적 합리성이 인간의 소비본능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라는 두 진화론적 힘이 각자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의 이점에 이바지하는 과정을 통해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본능을 파헤치는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이 영역마다 특유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고 특정 문제에 대한 적응적 해결책을 통해 진화되었다고 해석하였다. 현대인의 소비본능 안에는 원시사회로부터 시작된 생물학적 유산인 '생존, 번식, 혈연, 상호주의'가 녹아있고 이성으로 소비한다는 보편적 믿음만 있을 뿐 사실은 본능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인간 본능과 소비 사이의 치명적 관계



현대인의 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원시사회의 기억이 잠재되어 있다. 인류는 약 200만 년 전부터 3만 5천 년 전까지 천천히 진화해 왔고 인간의 삶의 방식은 유전적 변화에 주로 의존했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방식이 3만 5천 년 전부터 비약적(대약진)으로 달라지면서 유전적 변화가 아닌 문화와 기술의 진보를 기반으로 변화하게 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현대인의 생물학적 구조는 원시인의 뇌로 살아가는 크로마뇽인과 기본적으로 유사한 것이다.



'지능의 역설/가나자와 사토시 저'에 따르면 인간 두뇌 수준은 인류가 살던 초창기 시대에 머물러 있어 그 시대 이후 환경에는 인간 개체가 적응하기 어렵다는 생물학적 원리를 설명했다. 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원시 인류의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 합리성'보다 '진화적 합리성'을 무의식 중에 따르는 소비자인 우리는 문화적 존재이자 생물학적 존재이고 원시사회의 핵심 요소였던 생존, 번식, 혈연 등 이타주의를 가장한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다. 무의식적인 감정의 선택지에 있어 우리의 뇌는 항상 '생존과 번식'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행동을 따른다. 비록 현대에 살지만 원시시대의 뇌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소비본능을 다루는 무의식적인 생태적 반응의 사례가 구체적으로 다루는데 개인적으로도 해당되는 부분이 꽤 많아서 놀랐다. 제어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자책으로 스스로 비난을 했었는데 한편으론 무의식적인 감정의 선택지에 원시본능이 있었다 생각하니 살짝 위안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는 뷔페에 가게 되면 통제하기 힘든 과식을 하게 된다.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음에도 달콤한 디저트까지 포기 못한다. 이러한 과식의 행동 속 무의식 속에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한다. 다양한 영양소를 필요한 양만큼 얻을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것, 그리고 한 식품 공급원에서 과다한 독소를 섭취할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타고난 본능을 알았으니 자책을 거두고 이성으로 극복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여러 가지 진화심리학에 근거한 신선한 사례가 많다. 간단히 기억나는 몇 가지만 소개한다.


- 사람들이 자연을 선호하는 이유, 특히 넓은 시야와 수원지(물, 폭포)가 있는 곳을 좋아하는 까닭은 피난처 이론(식량 확보와 포식자 피하기)에서 말하는 지형과 가장 일치하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종족의 요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계 인구 대부분이 큰 물줄기 가까이 사는 이유기도 하다.


- 남성들이 비싼 자동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고급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계질서를 따르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서열을 비싼 자동차로 우위에 서고자 노력한다. 유명한 자동차 수집가 명단을 훑어보면 모두 한결같이 남자다. 또한 자동차, 애완동물을 선택할 때도 주인과 비슷한 것을 선택한다. 보디빌더들은 포드 머스탱 같은 고출력의 이른바 머슬카 muscle car를 몰고, 젊은 여성들은 섬세한 미니 쿠퍼나 폭스바겐 비틀을 선호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젊은 여성보다 나이 지긋한 남성이 캐딜락 세단을 운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


- 여성들의 하이힐은 언뜻 생각하기에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함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남성들에게 엉덩이가 올라가는 시각적 효과를 주며(척추가 앞쪽을 향해 S자로 굽는 성적 수용자세) 유혹한다.


- 화장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 역시 하이힐 효과와 비슷하고 특히 붉은색은 발정 현상을 은연중 표현하는 행위다.


-남성들이 금융 투자 거래에서 여성들보다 더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려는 이유는 더 큰 미래 보상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더 중시하는 남성들의 성향 혹은 자신들의 즉각적인 행동이 향후 가져올 결과를 대해 덜 염려하는 성향에 있다.


- 범죄자들은 진화적으로 신체특성에 형태학적으로 단서를 남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야오야오 저'에서도 읽은 기억이 나는데 범죄자의 인상 중 강간범과 강도, 상습적인 살인범의 인상이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심지어 손가락 길이 비율로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과 관련 있다는 내용은 꽤 흥미로웠다.




굉장히 많은 사례와 구체적 진화론적 근거가 반박할 수 없게 만드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사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진화론이 우리의 비합리적인 본능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은 갈수록 지능이 더욱 발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이 동물이 아닌 것도 아니다.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이 만든 최첨단 발명품도 자연이 창조품과 필적할 수 없다.



앞으로 수많은 상품들이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며 비합리적인 소비를 부축일 것이다. 그러한 소비는 개개인의 자유고 본능의 소산일 테지만 한 가지는 유념했으면 좋겠다. 자연을 소비하고 이용하는 권리 이전에 자연계를 보호할 관리자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인간도 동물이며 그들의 지능을 특별히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 본능 / 개드 사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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