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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토록 눈부시고 황홀한

삶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음.. 기하학 수업에서는 늘 3차원이 끝이라고 해서 그렇게 믿었는데, 아니잖아. 더 높은 차원도 있었어. 물론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계는 3차원이지만, 그 이후의 세계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걸 3차원적 단어들로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그게 최선이겠지만,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세계 최초로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10여 년간 연구한 사례를 정리하고 '임사 체험'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함으로써 그 개념을 세상에 밝혀낸 레이먼드 무디 박사의 '임사 체험 보고서'다. 이 책은 1,300만 부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였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계 인도주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평생을 연구해 온 그는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30년 넘게 강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유물론을 믿는 사람에게 임사 체험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혼수상태에서 뇌 기능 저하로 인한 '환각' 또는 '망상'으로 들릴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의구심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감이 큰 의사이기에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고백한 '그곳'에서의 경험을 수년에 걸쳐 수집하였고 그 수많은 사례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사한 내용들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 우리가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로 임사 체험의 본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과학적, 논리적 사고방식에서 오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무디 박사는 불변하는 정적인 체계에 대한 심리적 측면을 찾고자 결심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막연한 감정적 주장에 의존하지도 않았으며 중도를 찾아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신념체계, 의료 상황, 문화적 배경이 무척이나 다양함에도 그들이 기억하고 고백하는 내용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존재한 것이었다. 따라서 '임사 체험'을 깊숙이 다룬 이 책은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을 말하려는 것이나 영적. 종교적 교리나 가르침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





우리는 과학적으로 완벽히 증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임사 체험을 경험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수용할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은 최소한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과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하여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죽음 너머의 세상에 대한 열린 예습이 현재의 삶에 대한 너그러운 사랑의 태도를 갖게 할 테니 말이다.


책 속에 유체 이탈을 경험한 임사 체험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들은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3차원인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세계의 경험이었다.

- 사망 후 사망 선고를 하는 것을 들었다(죽은 자신을 인공호흡하는 간호사를 뒤에서 지켜봤다).

- 자신에게 영적 신체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물리적 신체에서 나오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말하려 해도 아무도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 그들은 천장이나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죽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 유체이탈 상태에서 시간을 초월하고 새로운 몸에서 느끼는 지각은 물리적 신체에서의 자각과 같으면서도 달랐고 영적 신체에서는 운동감각을 사용할 수 없었다.

- 대부분 편안한 따뜻함이 느껴졌지만 냄새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 시각과 청각은 물리적 세계에서보다 더 강화되고 완벽해졌다.

-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 신체와의 재결합인 몸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은 '머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 사망 후 시끄럽거나 초기에 웅장한 소음(으르렁, 천둥, 바람 등)이 있었다.

- 자신과 주변이 희미하거나 환한 빛 안에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 자신의 인생에서 벌어진 중요하거나 사소한 사건들이 여러 개의 환한 창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자신의 인생 전체를 전시회처럼 살펴볼 수 있었다.(오로지 성찰을 촉구하는 목적 같았다)

- 예외로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사람의 임사체험은 죽은 후 상당히 불쾌한 상태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는 빛으로 둘러싼 따뜻한 느낌이 아니었다고 했고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그 즉시 깨달았다고 한다.


임사 체험은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들이 살아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빛의 존재를 묘사했다. 흥미롭게도 그 빛의 존재는 각각의 종교적 배경에 따라 그 존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달라졌다. 하지만 연구과정에서 관습적인 이미지인 천국이나 지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완벽한 저승의 세계로 가기 전의 단계에서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무디박사는 임사 체험자들의 증언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몸 밖에 있으면서 목격한 상황에 대한 묘사가 실제와 꽤 부합되는 경향은 물론 수백 명의 인터뷰에서 공통된 대답들 때문이다. 또한 임사체험을 이야기한 사람들은 정신이상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 문제 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며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들 직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며 가족과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내가 대화한 이들 중 살아가면서 이렇게 불가사의한 경험을 두 번 이상 겪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에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 모두 자신이 겪은 일이 꿈에서 일어난 것인지 깨어 있는 동안 있었던 것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죽음에 이르면서 겪은 것들이 꿈이 아니라 그들에게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고 보고한다. 그들은 자신의 임사 체험은 명백한 실제 경험이었다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저자는 임사체험에 대한 여러 이론적 반박에 대비하여 초자연적, 약리학적, 생리학적, 신경학적, 심리학적 관점으로 이들의 임사 체험의 진실을 변호하고 있다. 이들의 체험 진술은 자아 표출과도 같다. 만약 임사 체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의미가 부여됨은 분명해진다.


임사체험을 경험한 이들은 사후 세계를 경험한 후 새로운 관점으로 삶을 살고 있다. 현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이다. 즉 일방적인 심판의 삶이 아닌 자아실현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협력하고 성장하는 곳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걸 깨달았다고 공통되게 말한다.


나는 유년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이 있었다. 내게 주어진 현실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만난 수많은 책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태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수동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보느냐, 언제 닥쳐올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죽음을 인생 전체 과정의 마무리로 생각하며 기다릴 것이냐, 이다. 물론 나는 후자를 택했다. 우리의 육체는 죽더라도 우리의 의식은 무한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책에서는 '티베트 사자의 서'에 대해 언급을 한다. 칼 융이 '가장 차원 높은 정신과학'이라고까지 칭송한 책이기도 한데, 이 책의 저자 무디 박사는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설명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의 초기 단계가 임사 체험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와 공통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고대 기록에 전하는 이야기는 이들이 죽음의 후기 단계들까지 서술되어 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는 마음의 환영이라 말한다. 나의 의식은 본래 텅 비어 있고, 색도 없는 빛이며, 선과 악의 형상이 나의 내면에서 비롯되어 천국과 지옥이 나의 머릿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우주의 경계가 모호한 초인, 범아일여(梵我一如)다. 모든 천국과 지옥의 형상은 내 안에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시어머님과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가장 먼저 안심이 된 것은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따뜻한 편안함의 기운을 느끼셨을 거란 생각이 들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안심의 메시지를 드렸을 텐데,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다.


사후세계는 결코 과학에서 증명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임종 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단계에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도록 편안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곧 빛과의 만남 즉 피안(彼岸)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며 단지 이 세상에서 사용했던 육체적 부분에서 분리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죽음, 이토록 눈부시고 황홀한 / 레이먼드 무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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