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당신의 감정에는 당신만의 사연이 있다

반복되는 마음의 덫 벗어나기


현재의 대인 관계를 자신의 과거 대인 관계의 원형에 투영해서 바라보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아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대인 관계는 이전 관계의 영향을 받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관성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지칠 줄 모르고 패턴이 반복됩니다.  잘 생각해 보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나의 어릴 적 중요 인물들을 대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 내게 중요했던 인물과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찾기도 하고, 누군가를 그렇게 만들기도 합니다.




'감정은 습관이다'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으로 저자의 네트워크망에 걸려 집어든 책이다.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으며, 유쾌한 감정이든 불쾌한 감정이든 상관없이 '익숙한 감정'만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았고, 습관이 된 감정의 사슬을 끊고 병든 감정이 시키는 대로 살지 말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감정이 습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그 시절 대상관계 패턴을 반복하길 원하는 뇌의 습관에 따를 뿐이고, 어린 시절 가졌던 자아상을 그대로 가지고 살기를 원하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 마음속 아이는 지금도 인형 놀이에서 자기의 관계 원형을 반복하듯,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그때를 반복하라고 명령한다.  대인관계 패턴의 반복이란 결국 인생의 모든 것을 반복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 인생 대부분은 타인들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마음속 패턴을 탐구하고 나도 미처 몰랐던 나의 감정을 알아가는 로드맵을 알려준다.  본능처럼 회피하거나 불길한 생각이 강박증처럼 느껴지거나 낮아지는 자존감으로 매번 힘든 사람은 발달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억압을 받은 경우라고 한다.  자신의 기억 저편에 숨겨져 있는 그림자가 현재 자신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반복되는 감정을 저자는 '인생의 덫'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도식적 인지행동치료의 대가 제프리 영(Jeffrey E. Young)의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라는 책에서 표현한 말이다.  그는 열한 가지의 인생의 덫이 있다고 보았고, 반복되는 인생의 덫에는 특정 패턴이 반복된다고 보았다.  읽으면 나와 주변의 사람들의 떠오르게 된다.


현재의 내 생각, 행동은 물론 신체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의 자아의 형태인 대인 관계는 내 과거의 원형에 가깝다.  결국 무의식 속에서 강하게 내재되어 자신을 옳아 매고 있는 감정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거의 흔적을 제일 먼저 이해하고 피해자인 자신을 누구보다 아껴주고 변호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성격은 원시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부정적 생각이 기본 세팅된 상태에서 유년시절에 걸쳐 형성된 성격(특히 태어나서 6세 전후)으로 완성된다고 보면 좋다.  우리가 기억도 못하는 시절의 감정이 어른이 된 이후에 나도 모르게 분출되듯 내 마음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만 봐도 공포심과 불안감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사나운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을 경우가 많다.


저자는 무의식이라는 어둠의 세계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감정을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의 발달이론과 피아제의 인지 발달론 그리고 프로이트(Freud)와 자크 라캉의 심리성적 이론의 발달단계 등 많은 심리학의 대가의 이론을 인용해 논리적이고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피아제의 인지발달론의 전조작기(2세~7세)로 어느 정도 유년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시절의 예시였다.  공생기나 항문기의 불안과 불쾌감의 무의식의 예시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본능에 대한 해석에 가깝다는 생각에 다소 추측성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조작기란 조작이 가능하지 않은 이전의 단계란 의미로 이 시기에는 대략적인 언어를 사용할 줄 알고 자신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표상을 여러 형태로 상징성 있게 표현하는 시기라 볼 수 있다.  성인이 되어 당시를 기억하면 그러한 판단이 미숙했다는 것을 깨닫지만 당시는 상당히 진지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때의 아이들은 '도덕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절대 규칙에 입각해 잘잘못을 판단한다.  따라서 자녀교육의 아주 중요한 시기라 볼 수 있다.  이 쳅터는 어른들이 책임을 가지고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전조작기의 아이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원칙적으로 매우 도덕적입니다.  가령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은 잘못을 해도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부모가 알려 준 규칙이라 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야말로 신성불가침의 절대적인 규칙으로 발아들입니다.  


그 규칙이 생긴 이유나 목적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절대 강자인 부모가 알려준 규칙이니 무조건 어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가령 '그릇을 깨면 안 된다'라는 규칙을 절대시 하므로 의도와 관계없이 그릇을 많이 깬 사람이 잘못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전조작기 아이들은 좋은 의도를 가졌지만 큰 실수를 한 사람과 나쁜 의도를 가졌지만 작은 실수를 한 사람을 보고 누가 더 잘못한 거냐고 질문했을 때 나쁜 의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고 큰 실수(외적)를 한 사람이 더 나쁘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만을 가지고 혼을 낸다면 아이는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되는 큰 문제를 안고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부모와 어른들은 인지해야 한다.  현대에 도덕적 사실주의가 팽배해진 사례들이 결국 나만 다치지 않으면 된다는 결과주의식 육아방식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스폰지같은 흡수력인 이 시기에 부모와의 다정한 대화가 함께하는 독서는 내 경험도 그렇고 저자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인간의 다양한 감성을 배우는 좋은 방법이다.





술을 먹고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이는 그런 아버지가 괴롭고 불쾌했지만 그것을 기본적인 부부 관계의 양식으로 습득하고, 커서는 그 틀에서 따라 행동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친밀함을 거부하며 상대의 요구를 외면하는 패턴을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익힙니다.  그 아이는 자라서 다시 자기 자식에게도 그런 관계 패턴을 반복할 것입니다.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어리고 민감한 시기에 부모가 보인 행동은 아이의 마음속에 강하게 인식되고 아이가 하는 행동의 기본 교과서로 자리 잡고 행동 패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반복되는 마음의 덫 벗어나기


전조작기 이후 아이들은 크고 작은 11가지 인생의 덫(버림받음, 불신과 학대, 의존, 취약성, 정서적 박탈, 사회적 소외, 결함, 실패, 종속 혹은 복종, 가혹한 기준, 특권의식)을 무의식 속에 장착한 채 성인이 된다.  반복되는 행동패턴을 극복하려면 자신의 상처인 덫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정서적 박탈과 종속 혹은 복종의 덫'에 해당이 된다.  부모로부터 따뜻하게 애정을 받았던 기억이 없었고 착한 아이로만 존재하길 강요받았다.  원하는 것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혼나거나 철저히 무시당했다.  나의 성격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사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의 애정결핍으로 인해  늘 우울했고 외로운 분노를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나는 가정이라는 공간을 반면교사 삼아 벗어나려 끊임없이 나를 격려했던 것 같다.  그것은 고독한 독서의 힘이었다.  만약 그 시절, 나의 외로움 곁에 책이 없었다면 어떤 인생이 펼쳐졌을까.  


가족은 따뜻한 관심과 칭찬 그리고 인정과 존중으로 채워진 공간이어야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서 열심히 칭찬해 주며 자존감을 키워주고 상대의 장점을 찾아주는 곳이어야 한다.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자신이 결함이라 생각하며 성장한 인생의 덫은 사실 나의 잘못이 아니며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한 작은 불행이다.  저자는 충분히 의식하며 반복되는 행동패턴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어른이 된 지금 과거의 나쁜 기억의 다락방에서 꽁꽁 숨겨 놓았던 기억과 감정을 꺼내 긍정적인 지식으로 성장한 자신의 다락방으로 옮기는 노력을 권하고 있다.  당시의 외로운 아이에게 현재의 내가 권하는 위로와 변호의 말(속으로 하지 말고 소리 내어 말하기)이 필요하다.  반복된 연습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감정을 바꾸려면 먼저 행동하고 상상하라


우리는 내가 한 행동과 생각, 감정 사이에 괴리감이 발생하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이미 해 버린 행동에 내 생각과 감정을 맞춘다는 이론입니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통일성을 가지려는 인간'과 흡사합니다.  행동을 단지 생각과 감정을 결과물로만 보던 이전의 학설에 큰 충격을 준 이론입니다.



우리의 뇌는 감정을 만들 때 참고하는 신체 증상이 주로 자율신경계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뇌는 매우 예민해서 '통일성'을 가지려는 모습으로 감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꾸 미소 짓거나 웃어주면 자신도 모르게 의미 없이 행동하는 미소 때문에 기분과 생각이 좋아진다고 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란 뜻으로 감정과 생각에 영향을 주려면 신체 상태를 바꾸면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인지, 즉 우리의 생각은 감정, 행동, 신체 상태와 통일성을 가지려 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현재 내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생각을 조절하면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어린아이 때에는 수치스럽고 어려운 일들이었을지 몰라도 성인이 된 우리는 별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성장했고 세상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결함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으며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내 감정은 내 편이라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상상으로 힘을 내자.



<당신의 감정에는 당신만의 사연이 있다 / 박용철 저>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당신으로 충분히 빛나는 존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