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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은 처음을 기억하라 합니다

당신은 지금 잘 가고 있습니까


젊었을 땐, 힘이 좋으니 살 만했다.

그러나 그 힘을 어디에 써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불투명한 진로, 모든 길이 열려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욱 어려운 선택.

젊음은 앞이 깜깜한 것이다.


넘치는 힘 때문에 쉽게 이상理想에 사로잡힌다.

속는 줄도 모르고서, 몇십 년이 지나야, 그리고 운 좋게도 옆에서 일러주는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자신이 금과옥조로 믿어왔던 이상이 바로 스스로를

속여온 도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명한 사람은 먼 데보다 바로 지금 내가 디딜 한 발자국을 소중히 여긴다.

방향의 소중함. 옛 어른들이 진리를 길道이라 부른 것은 그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일깨워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젊음의 특성은 깜깜하다는 것이다.


길 자체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최소한의 상처로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


-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처음 그대로 / 김홍근





올해 첫눈을 봅니다.  

첫눈을 보면 '초심'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따라붙습니다.  


세월이라는 시간의 가면 속에서 무수히 많은 얼굴을 생성해 내는 현대인들에게 초심을 지키는 사람은 순수하다는 생각보다 이용하기 좋은 상대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는 폐기되지 않겠다는 몸부림 일지도 모릅니다.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지 알려주지 않고 길도 보이지 않을 때는 더 늦기 전에 처음으로 돌아갈 때일지도 모릅니다.  


방향성이 삶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삶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방향성을 잃은 사람은 최종적으로 썩는 길로 가게 됩니다.  초심은 느리지만 자신을 지키는 마음입니다.  본분입니다.  


첫눈을 보며 되새기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첫눈을 보고 겨울이 왔다는 생각에 급한 마음으로 대추차를 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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