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의 기억은 처음 유입된 시점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영향을 주는 이물질과 같다.
몸은 기억한다 中
현재 대한민국은 탄핵정국 소용돌이 안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 트라우마가 있던 시민들은 놀라 빠르게 국회로 집결되었고, 긴급하게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막아선 경찰들을 피해 월담하여 국회에 들어갔다.
이번 친위 쿠데타는 빠르게 몸으로 저지한 1천여 명의 시민, 국회를 지키려는 국회의원, 상부의 명령에 모였지만 자아의 충돌로 대응이 부자연스러웠던 군인들로 인해 무산되었다. 대통령은 출국금지된 상태이고 내란혐의로 공수처, 검찰특수본, 경찰 특수본이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선 상태다. 권력에 납작 엎드려 있던 그들이 이제는 계산된 행동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어떤 계산에서 비롯되었든 시민들의 분노에 합당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계엄령이 선포되던 3일 밤, 식구들이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나 혼자 계엄령 선포 유튜브 영상을 직관하고 있었다. 그는 야당의 정치적 공격을 맹비난하며 혼란을 초래한 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집권 3년 차 내내 국가의 모든 행정을 들쑤셔 놓더니 급기야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다.
당시 나는 지난 8월에 민주당 내에서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어느 의원의 발표에 음모론이라고 대응하던 것도 떠오르고, 중학교시절에 계엄령 사이렌을 울리고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얼음처럼 굳어졌던 차가운 공포가되살아 났다. 계엄 트라우마였다. 계엄령은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다시금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이 아닐 수 없다.
'몸은 기억한다'의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는 트라우마는 피해자의 뇌를 변화시켜 위험을 알아차리는 데 매우 집중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긴장을 놓지 못하고 매우 예민한 상태로 바뀐다는 의미다. 정신이 경직된 상태로 돌입되면 끔찍한 사건이 계속 떠올라 안전한 것도 위험으로 간주해서 뇌의 기관이 계속해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반응한다.
뇌는 트라우마를 겪은 후 오랜 세월 지속된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신체의 직관적인 느낌과 감정을 전달하는 뇌 영역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법을 습득한다. 이 영역의 활성은 두려움을 동반할 수 있고 두려움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힘당은 '질서 있는 퇴진'절차를 외치며 탄핵을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국가를 위한 선택(헌법적 절차)을 외치는 시민의 결의를 결코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탄핵트라우마를 운운하는 그들의 논조는 계엄트라우마를 겪는 시민의 무게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시민들은 현재 깜짝 놀란 상태로 경계 태세의 몸이다. 화가 난 사람들인 것이다. 취약한 시민들은 한 방향일 수밖에 없다.
내란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초토화될 위기에 빠질 만큼 경제 지표가 모두 추락하거나 위험경고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으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가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추락하는 대외신뢰도, 신용등급을 회복시키려는 방법은 하루라도 빠르게 헌법의 절차에 따라 탄핵하고 업무정지를 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모두가 외치고 있다.
오늘 저녁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의 시상식이 있다. 문학은 약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다. 약자의 삶은 평범하고 연약하지만 삶을 고통으로 관통하며 트라우마에 맞선다. 우리의 역사가 약자의 시선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려는 연대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우연은 필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한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그녀의 수상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