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사 온 날엔 된장찌개와 두부조림 먹는 날
결혼 전만 해도 두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자고로 음식은 씹는 맛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내 몸이 편한 음식으로 자연스레 변하게 됩니다. 나물위주 반찬에 된장찌개, 청국장 등 제가 차려놓은 식탁의 반찬들을 보면 문득 피식 웃음이 나곤 합니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 끄트머리쯤에는 손두부를 만드는 곳이 있답니다. 하얀 김들이 창 밖으로 우르르 떠들며 나오는 것을 보면 두부가 완성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냉장고에 두부가 떨어지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부를 사러 갑니다. 한 번에 두 모씩 사들고 오는데요. 두부를 사 온 날은 두부조림을 먹는 날입니다. 두부조림은 만든 당일날 먹어야 제일 맛있거든요.
두부조림을 먹고 남긴 것을 데워 먹으면 본래의 그 맛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녁 식탁에 앉을 인원이 확실하게 확보되면 먹을 양을 계산해서 만듭니다. 식구들도 제 의도를 파악하고 '내가 먹을 양은 다 먹었어, 남은 건 너 거야' 라며 남기지 않도록 식구에게 힌트를 줍니다.
고기를 볶아서 넣어도 좋고 깻잎이나 고추를 썰어 두부와 칼칼하게 먹어도 좋지만 오롯이 두부만 빛나게 하는 쉬운 방법을 소개합니다. 들기름을 먹은 부드러운 구운 두부에 살짝 양념을 하는 방법입니다. 원팬으로 끝나는 요리입니다.
*우리 집 두부조림 만드는 법
재료: 두부 반모, 들기름, 식용유, 굴소스, 간장, 간 마늘, 고춧가루, 대파, 참기름, 통깨
1. 팬에 들기름 2T, 식용유 1/2T를 두른 뒤에 두부 반모를 약불에 양면을 굽습니다.
2. 간 마늘 1T 와 고춧가루 1T를 넣어 줍니다.
3. 굴소스 1T와 간장 1/2T를 넣은 뒤에 물 1/2컵을 붓고 중불로 끓입니다.
4. 물이 반쯤 줄어들면 대파 썬 것을 넣고 자작거릴 정도로 물이 줄어들면 완성입니다.
5. 먹기 직전에 참기름 살짝, 통깨 뿌려서 내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