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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 삶을 볼 수 있다면

사고의 창의성을 넓힐 방법


"우리의 주관적인 정신의 삶은 그 범위와 풍부함이 엄청나다.
우리는 중요성, 유사성, 어려움, 도덕성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관해 주관적 판단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욕망, 애정, 친밀감, 성취의 주관적 경험들을 갖는다.
그러나, 이 경험들은 풍부하지만, 우리가 그 경험들을 개념화하고, 그것들에 관해
추리하고, 그것들을 시각화하는 방식의 많은 부분은 다른 경험 영역들에서 온다.
이 다른 영역들은 대부분 감각운동 영역이다. "

- '원천 영역의 개발' 본문 中




'은유로 삶을 볼 수 있다면(은유수업)'이란 이 책은 표제 그대로 '은유'를 삶에 적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은유법을 잘 사용하면 표현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전달력도 높아진다.


언어와 사고의 창의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은유법이다.


저자 이성민 씨는 조지 레이코프의 '몸의 철학'에서 얻는 은유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수업하듯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어떠한 문장을 상대에게 전달할 때 직설적이거나 객관적으로 한다. 그것은 논리에 근거한 방법이기 때문에 따분함이 동반된다. 하지만 레이코프가 말하는 '체험'이라는 방법은 우리가 대부분 몸으로 경험했던 이야기들이라 전달이 쉽고 감동도 준다.


책 초반에는 은유에 대한 학문적 설명이 있다. 은유법의 정석으로써 은유적 개념과 영역을 알려준다. 읽다 보면 쉽게 알려주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 않다. 저자는 이 개념과 은유의 표현을 반영한 디자이너 5명의 에세이를 모아 책을 냈다. 전혀 글을 전문적으로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쓴 은유법의 글들이라 깔끔한 작가적 느낌은 없지만 호기심 있게 읽힌다. 은유는 다른 말로 메타포라고 한다. 전혀 닮지 않는 두 가지를 연결시켜놓고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은유법이다.


예를 들면 책 속에서 표현된 〈PRACTICE 1. 인사〉'멀티탭 다루는 법'에서, 알바를 하는 입장에서 진상손님들로 지친 그녀의 머릿속은 곧 불날 것처럼 스위치 다섯 개가 모두 켜져 있는 멀티탭과 같다는 글이 있다. 그녀는 폭발일보 직전이지만 누군가 '감사합니다' 라는 감정인사 하나에 멀티탭 스위치가 하나 꺼진다는 표현을 쓰는데 정말 적절했다.


"진상손님으로 지친 알바의 머릿속 = 스위치가 다섯 개 모두 켜진 멀티탭"


이란 이 표현 만으로 독자들은 그녀의 힘든 상황이 단번에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은유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은유법이다. 추상적인 것과 명사가 만나 단어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사유가 비약적으로 발전된다.


우리가 시를 천천히 읽는 이유는 은유의 경지에 오른 시인의 마음이 읽혀서다. 이 책을 읽고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란 시가 떠올랐다. 비유법의 정석을 보여주는 시다. 이 시를 읽고 나서 간장게장을 생각 없이 맛있게 먹긴 힘들 것이다.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백 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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