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질문
질문이라는 무기 활용법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개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만 특별히 질문할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이 기회를 살려 중국 기자가 아시아를 대신해 질문하겠다고 했지만 오바마는 한국 기자에게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참 낯 뜨거운 장면이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의 기회를 주었지만 끝내 질문하지 않아 중국기자에게 그 기회를 빼앗겼던 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한국인 기자로서 자신의 질문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발로 찬 것이다. 한국 기자들에겐 '직업職業' 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업으로 선택한 역할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인터뷰의 핵심은 바로 어떤 질문을 착실히 준비했는가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질문을 들어보면 선수인지 아닌지 바로 판가름이 난다.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요청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한심한 한국기자들을 '질문이 없어서'라고 감싸지 않았다. 가십거리가 있는 곳에는 벌떼처럼 달려들어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이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강의로 정평이 나있는 한근태 대표가 쓴 책이다. 그렇다고 질문을 잘하는 인터뷰어(interviewer)가 되기 위한 기술적 면을 다룬다기보다 우리 삶의 전반을 지탱하고 있는 '질문의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당신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인가
좋은 질문은 질문을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대답'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철문이 열린다. 우리가 진짜 듣고 싶은 말(의도)을 꺼낸다.
그런 숨은 의도 내지 진심을 찾기 위한 프로세스는 명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먼저 그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공부하다 보면 궁금한 게 생기는데 이를 질문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사전준비를 하는 시간은 품질 좋은 질문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직접 현장에서 그 질문에 대답을 열심히 듣다 보면 또 다른 질문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과 함께 자신의 생각도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멋진 대화로 완성될 것이다.
책의 요지는 명확하고 심플해서 머리를 맑게 청소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인간관계가 이렇듯 확실하게 구획을 나뉘듯 간단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쉽게 요약하듯 말하고 있었다. 삶의 원칙들과 같은 정의는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나의 반복되는 노력과 수양 즉 변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설득하는' 시간이다. 나는 과연 목표가 있는 사람인가 묻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일은 작은 것이라도 일상을 활기차게 만든다.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유연한 관점을 갖기 위한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나의 일상에 나의 목표를 넣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 게으르지 않다.
우리는 나에 대한 질문은 언제 던질까. 삶의 중대한 기로에 섰을 때다. 저자는 역질문을 제안한다.
여러분은 중대한 기로에서 주로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좋은 질문이 있다. 시간의 축을 바꾸는 질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현재 시점에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결과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시간의 축을 미래로 두고 결정을 해보라 권한다.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고 오로지 자신의 미래의 축에서 후회하지 않을지 판단하면 좋을 것이다. 유용한 제언이었다.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소외되지 않으려는 타인지향적 선택이 결국 자신을 옥죄는 것이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살려면 목표를 가진 공부를 해야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살던 '순자'는 전쟁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에게 인식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물이다.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 하기에 달렸고 배우면 언제든지 이전보다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배우는 것을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그것을 실제로 활용하여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함이라고 했다.
대인관계의 출발점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다. 관심을 갖는 것은 최고의 사교 도구다. 그런데 관심과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질문이다. 관심을 가지면 질문이 생겨나고 관심이 없으면 질문은 사라진다.
질문은 단순히 궁금한 것을 묻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생각을 다듬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공부하고 함축하여 유연하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