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만드는 영양밥
연인의 변덕이 지쳐갈 때쯤이면 이별의 종착을 예상하듯 기온이 오락가락 좋고 싫음이 반복되더니 결국 가을이 종지부를 찍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겨울 잠바를 꺼내 입고 장갑을 끼고 남편과 동무되어 산책을 나섭니다.
은퇴를 하고 나니 남편이 둘도 없는 사이란 생각이 더욱 공고해집니다.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을 뛰어넘어 세월의 누적과 함께 친구 이상으로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일이 늘어나고 불가피하게 신세를 져야 할 텐데 그게 친구나 자식이 우선일 수는 없으니까요. 부부는 서로를 더 챙겨주고 더 감사한 존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없이 둘이 함께하는 점심식사가 앞으로는 삼시 세끼로 변할 거란 생각에 미치면 더 정성이 들어갑니다. 남편과 어제 점심에 먹은 굴밥을 소개합니다. 만들기도 쉽고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할 때 따뜻한 위안과 위로를 받는 음식입니다. 식은 밥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말할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입니다. 특히 피를 맑게 해 주고 치매예방에도 좋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많이 나와 있으니 한 번 해 드셔 보세요. 굴을 참기름에 살짝 볶아 탱글탱글 해지면 건져내고 나온 육수에 무 볶아 식은 밥과 함께 뜸을 들여 비벼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우리 집 굴밥 만드는 법(2인분)
재료: 굴 500g, 무 400g, 대파 한 주먹, 간 마늘 2T, 참기름 2T, 식은 밥 2 공기
1. 굴을 깨끗이 씻어 준비하고, 무는 채 썰어 놓고, 대파는 잘게 썰어둡니다.
2. 냄비에 참기름 2T 넣은 후에 간 마늘을 넣고 볶다가 마늘향이 나면 굴을 넣고 볶습니다.(중 약불)
3. 굴이 탱글탱글 해지고 수분이 나오면 굴은 따로 건져냅니다.
4. 굴에서 나온 수분에 채 썬 무를 넣고 2분가량 볶아줍니다.(중 약불)
5. 무를 바닥에 평평하게 만든 뒤에 식은 밥을 깔고 상단에 데친 굴과 대파를 올립니다.
6. 뚜껑을 닫고 뜸을 2~3분가량 해주고 불을 끄고 주걱으로 섞은 뒤에 대접에 담습니다.(약불)
7. 양념장은 기호에 맞게 만들어 비벼 맛있게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