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완벽한 생일
세상 일이란 게 축하를 받으면 작은 일도 기쁜 일이 된다.
반대로 축하받지 못하면 대단한 일도 당연한 일이 되고.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태수
가족들에게 요구하는 내 생일선물은 늘 똑같다. 꽃바구니와 케이크 그리고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다. 어렵지 않게 들어줄 수 있는 소망이기에 매년 가족들은 기쁨마음으로 어김없이 채워주고 있다. 내 생일 즈음에는 성탄 시즌과 맞물려 거리는 온통 축하공연으로 물들어 있다. 며칠 전부터 나는 명동 신세계백화점 성탄 전광판을 직접 보고 싶다고 주문했고, 아이들은 외식 후 성탄거리 투어 스케줄에 끼워 두겠다고 말했다. 생일을 앞둔 지난 주말 가족들은 내 소망을 들어주었다. 완벽했다.
어릴 때 나는 생일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늘 엄마는 돈이 없다고 푸념하셨고, 돈만이 삶의 동아줄인 엄마 앞에서 용기 있게 생일을 챙겨달라고 말하기란 불가능했다. 생일이 끝나가는 밤에 축하받지 못한 내 자신이 초라해 소심하게 배갯을 적시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거창한 선물을 원한게 아니었는데..
엄마는 잘살아야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늘 말씀하셨다. 가난의 불편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의 조건은 시간이 흘러도 늘 상향조정되었다는 점이었다. 엄마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그렸던 것 같다.
세네카는 "가난한 사람은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원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사람은 빈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그렇게 빈곤하지 않았다. 동네에서 처음으로 칼라 텔레비전을 구입해서 부러움을 샀었고, 산동네에 살았지만 당당히 자가 소유(自家 所有)였다. 남들은 우리 집을 분명히 잘 산다고 보았을 것이다.
사람이 외로워지는 순간은 혼자 일 때가 아니라 함께 있음에도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조건이 채워져도 채워진 게 아닌 게 된다. 생일이 돌아오면 지나온 시간 속에서 외로웠던 나를 발견한다. 나는 이미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당신의 삶에 있어 하나뿐인 아들을 구원의 대상으로 여기며 사신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나는 다행히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외로웠다.
우리는 사치를 억제하고, 검소함을 기르고, 편견 없는 눈으로 빈곤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지금 가진 것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분명 마음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