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삶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분노한 지점이 바로 너의 지적 수준이고, 반박한 지점에 너의 결핍이 있다.





중년 이후 품격이 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꼰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다. 배움은 학력이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품위 있는 어른은 자연스럽게 모든 상황에서 너그러운 사람이다. 쉽게 분노하지 않으며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스스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모든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비유된다. 시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얻는 찬사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 내면을 통찰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어른의 삶이 어떠해야 할지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나이만 먹는 노인이 아닌 품격 있는 어른의 삶이란 어떠해야 할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글들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어른이 되기 위한 훈련방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필사다.



나는 오래전부터 책을 읽을 때 필사노트를 옆에 두고 있다. 귀한 글귀를 만나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는 눈의 속도를 멈추고 노트를 펼친다. 필사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록을 넘어서 문장의 의미를 노트에 각인하는 과정이다. 눈으로 한 번 읽었고, 손으로 쓰면서 입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세 번 확인하는 셈이다. 그리고 독서를 마치면 필사노트를 읽으며 나의 감정을 느낀다. 필사는 문장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조언이 되는 순간인 셈이다.



필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반복'하는 시간의 선물로 설명한다. 흔들리는 세상에 반복의 루틴만큼 나를 잡아주는 훈련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셰익스피어의 글들을 읽다 보면 한 가지 감정에 도달한다. 바로 '순수한 마음'의 유지다.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떠올리는 감정이 어디에서 출발하나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누가 보지 않아도 의식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행동과 태도는 마치 숨을 쉬듯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배려라고 포장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한다.




소득도 없이 지치는 이유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준만큼 받아야 깔끔한 거래라고 생각한다. 주기만 하는 사람을 우리는 '호구'라고 깎아 말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는 상대불문하고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고 말했을까. 그렇지 않다. 상대의 태도가 친절해야 한다는 조건부 친절이다. 준다고 다 받지 말고, 사정한다고 다 들어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쉽고 확고한 문장으로 복잡한 삶이라고 힘들어하는 어른의 방향을 잡아준다.



삶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복잡한 것은 우리의 욕망이다. 목표를 분명하게 정한 삶은 그래서 모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 삶이 단순해지면 그 삶은 스스로 우리에게 답을 준다.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명확하고 단순하며 현명하게 이루어지는 삶은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단순한 답변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인연에 대하여 '공간'이란 표현을 썼다. 내게 맞는 좋은 집을 찾아서 이사를 떠나는 것처럼 내게 맞지 않는 사람과는 이별이 좋은 방법이란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도록 스스로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셰익스피어는 참고 인내하고 견디는 것이 결코 답이 아니며 복수 역시 순간적인 쾌락일 뿐 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철학자 '세네카' 역시 분노는 이성이 따르지 않는 감정이며 미치광이짓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는 복수는 아예 생각할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현명한 세상이 알아서 판결을 내릴 테니 그저 내 일에만 집중해서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것이다. 현자들은 하나같이 분노에 대하여 불필요한 감정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상처받지 않는 영혼(마이클 A 싱어)'에서는 '분노(화)'에 대해 두려움의 다른 모습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한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마다 두려움의 감정이 다른 것은 마음속에서 과거의 경험이 정리되지 않고 남아 묶어 놓았다는 것이다. 마이클 A 싱어는 진정한 성장은 고통을 대면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일어난다고까지 말한다. 저항하지 말고 그저 하나의 불편한 느낌정도일 뿐이라는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불편하고 힘든 환경에서 부득이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내가 선택(이동)할 수 없는 환경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 고집쟁이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불행을 딛고 훌륭한 어른이 된 아름다운 사람들도 많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유도하는 결론으로 생각하길 강요하는 불편함도 있다. 현실적인 제약을 감안하고 독자는 읽어야 한다.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처음엔 어수선할지라도 정성껏 가꾸고 잡풀을 뽑아내고 가꾸다 보면 아름다운 나만의 정원이 탄생한다는 믿음이다. 너그러운 어른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조언은 그래서 따뜻하게 읽힌다.



강력한 이유는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좀 더 나은 수준의 생각과 언어를 반복해서 접해야 한다. 나이는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먹을 수 있지만 어른은 그렇지 않다. 내면에 각인되도록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꾸준한 독서와 내 것으로 만들려는 훈련이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 김종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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