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응원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똑같은 경험을 해도 자기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것을 편집해 기억하고, 사람을 바꾸면서 만나지만 같은 열등감 기제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결별하는 것이 인간이다. 변하겠다는 의지, 심리적 메커니즘과 삶의 방식을 정면으로 바라보겠다는 용기가 제일 중요하다.
-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알프레드 아들러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비는 모습이 텔레비전 수상기에 비친다. 떨어진 기온과 합세한 바닷바람으로 매서울 텐데도 그들의 표정은 밝고 진지하다.
수평선 너머 완벽히 달금질된 형태의 태양이 솟아오른다. 나는 몇 년 전 영덕의 바다에서 본 일출을 기억해 낸다. 거대하게 물결치는 바다를 무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솟아오르는 태양은 거리낌 없이 질주하는 경주차였다. 그 순간이 너무 짧고 강렬해서 입을 벌리고 경탄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위대함을 목격한 증인처럼 서 있었다.
나는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태양이 하루를 시작(始作)하는 모습은 일 년 열두 달 똑같다는 사실을 매서운 바람 덕분에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기에 걸리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람들이 새해 일출을 보러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위로와 응원으로는 부족한 내면의 동기(動機)에 확신을 얹기 위해서다. 그만큼 시작이라는 동기는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시작은 언제나 낯설고 두렵고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냉정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출의 기운은 잠시잠깐 감정의 동요일 뿐 시작의 뒤에 서있는 두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매년 새롭게 해돋이 다짐반복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삶이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힘든 것'이라고. 어려움에서 나를 구출해 내는 것도, 곤경에 빠트리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의미다.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무한사이클이 반복한다면,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 상대를 바꿔도 여전히 힘들다면 새롭게 시작(始作) 해 보겠다는 다짐은 의미 없다는 저주의 말이다. 항상 뭔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에는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추적해 보아야 한다. 나를 가로막은 것은 바로 나였다.
사람은 항상 같은 데에서 넘어진다. 열심히 살아도, 환경이 바뀌어도 똑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특정한 목적론에 따라 행동하고 그로 인해 평생 고통받는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결점과 열등감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시작의 두려움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괴로움과 불편한 상황에 힘들어하는 자신을 이해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은 '과거'의 족쇄에서 풀려났을 때 '미래'를 보여주는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경험한 실패나 트라우마는 주관적인 해석이었다고 결론지어보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결론은 시작의 용기를 가슴에 안겨줄 것이다.
해돋이 결심은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