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

AI를 지성의 도구로만 활용해야 한다


쿠세쥬 Que sais-je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의미다. 방대한 독서를 하고, 남다른 지성을 갖췄음에도 몽테뉴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리고 결코 안이하게 자신의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내부에서 답을 찾고자 애썼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비판력을 계속해서 시험한 것이다.





"아,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Gemini가 정확히 이런 뜻이라고 말하네요."


대화 도중 잠시 기억을 더듬는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아들이 생성형 AI Gemini에게 답을 찾아 내게 말했다. 판단을 보류할 필요가 없는 생성형 AI Gemini 활용이 일상이 되었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동안 쌓인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일상에서 필요한 학습 및 추론 능력을 대신하는 시대가 돌입된 것이다.



인간의 지성이 항상 시험대에 오른 시대에 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가끔 나는 기술발전이 그다지 달갑지 않아 '그만 좀 발전했으면 좋겠어!'라고 외쳐서 가족들이 웃곤 한다. 저항감을 느끼는 이유에는 사회적 양극화가 기술의 흡수에도 적용될 것 같아서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프로세스화(데이터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다. 불과 몇 달 전에 아마존에서 대규모 사무직 일자리가 감축되었다고 기사화되었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처럼 고용 없는 성장과 맞물려 있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지식의 도구에 도취되기 전에 멈춰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오가와 히토시'는 AI가 출현하면서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되는 요즘이야말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시점이라 보았다. 인간만이 가능한 '사고하는 삶'의 확대 필요성이라 하겠다.



저자는 인간에 대해 철저히 고민하고 비판한 고전과 현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을 소환하여 그들이 제시하는 철학적 의심을 이 책에 담아냈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우리의 입지를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방법은 무엇인지 100가지 철학적 발상법을 소개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적 삶에 대한 질문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언뜻 떠오르는 생각은 AI는 알고리즘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두뇌로 움직인다는 점일 것이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탠다면 나는 잃어버린 인간의 이성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발전하는 AI의 성능이 인간적인 요소(감정)까지 업그레이드된다고 보았을 때, 저자가 제시하는 철학적 발상훈련이야말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는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철학의 시작은 '당연함의 의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크스 가브리엘'은 인간과 AI의 구분을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이며,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AI'라고 말했다. 당연함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앞서있다. AI는 애초에 당연함을 의심할 수조차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믿음'에 대한 교육을 질타한다. 수많은 사회적 관습과 역사의 믿음의 주입은 인간 고유의 사고능력을 퇴화시켜 버린 것이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거나 의심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본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이념을 장착한 채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한다. 이제 인간은 자본시장에서 빅데이터를 장착한 인공지능 AI와 겨뤄야 하는데 말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마크 트웨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인간기계론'을 주장했다.



인간은 기계와도 같아서 자기 의지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외부 세력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말이다. 따라서 그런 인간의 업적을 칭찬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외부의 교육에 의해 자극되어 운영(행동)된 고급화된 기계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그가 인간을 비관적으로 본 이유는 인간 스스로 한 일(비판적 사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기술진화는 필요성보다 기술발전이 앞선 나머지 스마트폰 멋대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인간은 스마트폰의 진화를 쫓아갈 뿐이다. 이쯤 되면 기술이 인간을 앞서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인공지능)의 발전은 그의 인간기계론을 더욱 비관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21세기 후반을 달리는 우리는 AI의 등장으로 인해 사회가 크게 바뀌는 과도기에 서있다는 점을 우려와 함께 인지하고 있다. AI, 로보틱스의 발전으로 인한 무인화는 보편적 환경으로 정착되었고 국가 간의 기술 경쟁은 힘겨루기의 한판승처럼 혁신의 향해 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가치에 곤경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당연했던 일자리, 당연했던 지식들이 기술혁명의 산물에 밀려 멋쩍어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간 본연이라는 존재 가치에 대해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그동안 철학자의 영역으로 당연하게 외면해 왔던 철학이라는 학문을 진지하게 마주할 시간인 것이다.



저자는 철학적 사고를 위해 세상을 의심하고 사고전환을 이루었던 철학의 방법론을 100가지 소개하였는데, 개인적으로 현시대에 맞춰 적용가능한 철학을 골라 보았다.


듀이는 철학의 목적이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지식도 그 자체에 목적이나 가치가 있다기보다 인간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인식했다. 바꿔 말하자면 모든 지식을 인간의 행동에 도움을 주는 도구로 인식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상을 '도구주의'라고도 부를 수 있다.




우리는 AI의 발전이 불가피한 현실에 맞춰 인간의 지식과 행동에 경험적 도움을 주는 도구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한다. 저자는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가 실용성을 중시한 '프래그머티즘'처럼 지식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실감하게 만든다면 배움이 즐거워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식의 창고인 AI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사회적 통념이 된 가치를 확보하도록 운영하면 된다. 지식의 한계에 힘들어하는 인간의 시간을 AI라는 도구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심하고, 관점을 바꾸고, 재구성하는 철학적 사고 과정에서 1단계가 쉽게 해소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관점을 바꾸어(의심하여) 심도 있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펼칠 시간이 넉넉히 확보할 수 있다. 그리하여 풍부한 철학적 사고 과정을 통해 당연시된 사회현상을 의심하고 보다 인간적인 삶을 위한 가치를 정립하는 데 활용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 전체의 목표인 공동선을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인간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AI는 단지 우리의 목표를 위한 배치된 도구일 뿐이다.




<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는 100가지 철학 / 오가와 히토시 저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버트런드 러셀(확실한 지식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