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도(正道)

삶의 이진법을 정립하면 확실해진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나, 욕망과 가치관도 혼란스러워진다. 기업도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경영이념과 목표가 혼란에 빠지고, 의사결정의 기준도 모호해진다. 복잡한 것은 약하고 단순한 것이 강하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단순화된 방법론은 무엇일까? 가장 단순화된 수의 체계가 이진법이라면, 삶의 이진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인간의 삶을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분석하며, 이것으로 삶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나는 오래전에 저자의 책 '경영, 경제, 인생 강좌 45편'이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어렵다 느끼는 경영철학이념을 변화하는 기술적 측면이 아닌, 쉽게 변하지 않는 인간의 사고와 태도적 측면에서 근본적 속성을 다루고 있었는데, 경영학은 결국 인간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학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독어독문학, 물리학, 경영학을 두루 섭렵한 박학다식한 분이다. 이 책은 그의 지식과 경험이 모두 녹아있음은 물론 인문학적 접근과 경영학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제목을 선정한 저자의 의도를 나는 책을 읽고 이유를 깨닫는다. 삶의 정도(正道)란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시간을 투자해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 바로 지름길이라는 정약용선생의 당구첩경법(當求捷經法)과 일치한다.



이 책은 문사철에 과학, 수학, 경영학까지 개인의 인생과 기업의 경영을 한 선상에 놓고 올바른 삶의 길이 무엇인지 저자가 평생 탐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지혜를 담고 있지만, 반복되는 용어를 요약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간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그 일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은, '목적함수'를 정립하고, 그 목적함수에 가장 적합한 '수단매체'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목적함수'란 인간이 가야 할 길을 향한 방향 설정이며 완성체란 의미이고, 수단매체는 목적함수를 달성하고 지지해 주는 뒷받침과 같다.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설명한다.



'우회축적'이란 개념은 이 책의 백미(白米)와도 같은데, 매가 사냥감에 접근하는 방법처럼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곡면(물리학적으로 가장 빠른 경로)처럼 우회해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먹이를 포획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는 의미다. 우회하는 시간이 결국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논리다.



저자는 2002년 히딩크 감독을 예시로 들며 초기 5:0 감독이란 오명(초기 손실: 우회축적 잠복기간)에 굴하지 않고 기초체력을 쌓아 4강까지 간 것을 이야기한다. 히딩크 감독은 단기적 희생을 감내하면서 미래 목적함수를 달성했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장기적 이익을 위해 투자비용에 대한 초기손실을 감수하려는 노력과 인내를 들 수 있겠다.



자연 생태계는 '약육강식'으로 생존경쟁의 본질에 충실한 곳이지만 인간은 '너 살고 나 살기'의 생존 부등식만이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른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타적 결정으로 경제 환경에서 벌어지는 주고받음의 거래 '생존 부등식'이다.



생존부등식 = V (Value, 가치) > P (Price, 가격) > C (Cost, 원가)



예를 들어 소비자의 경우 목적함수는 제품의 가치(Value)가 제품의 가격(Price) 보다 높아야 비용을 지불할 것이고, 기업은 제품의 가격(Price) 이 제품의 코스트(Cost) 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생존부등식을 충족시켜야만 '너 살고 나 살기'의 상생경제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영역에 적용가능하다.



즉, 삶에 있어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고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수단매체가 필요하지만 그 수단매체에 의미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목적함수는 스스로 정립해야 하고, 그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 수양과 미래성찰로써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우회축적된 수단매체를 통해 '삶의 정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단, 목적함수를 설정 시 너무 복잡하면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에너지가 분산되니 단 하나의 명쾌한 문장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나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곡을 만들겠다"라는 목적함수를 설정했다면, V(가치)는 누구나 들으면 영감과 재미를 느끼며 독창적이란 생각이 들어야 하고, P(보상)는 계약이나 저작권료이며, C(비용)는 창작시간, 장비, 조사비용 정도일 것이다. 생존 부등식에 의하여 수입(P) 보다 제작비용(C)이 적어야 하고, 창작의 가치(V)를 높여야 삶의 정도를 가는 것이다. 이때 가치(V)는 이타적이어야 한다. 수단매체가 빈약해서도 안되고, 목적함수가 모호해도 길을 잃게 된다.



딱딱한 어휘들이지만 이해는 어렵지 않다. 목적함수란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하기 위한 '목적 또는 방향설정'을 의미하고, 수단매체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적 도구'로 이해하면 되겠다. 인간은 인간성(humanity)과 도덕성(morality)을 가진 종이다. 방향을 잡아주는 삶의 정도를 읽고 나면 개인의 이기심과 독점기업의 횡포가 생존부등식에 얼마나 위배된 길을 걷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생존 부등식에는 삶에 필요한 것은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넣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갈 길을 잃고 혼란스러울 때 원로들을 찾아가 고견을 듣는다. 혼란스럽다는 것은 경험의 중첩을 의미하는 데 이럴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삶의 정도 / 윤석철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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