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상대의 권한이다
이제는 오해하면 그대로 둔다. 예전엔 너무 억울해서 하나씩 따지고 바로잡기 바빴다. 굉장히 피곤한 소모성 일이더라. 더는 그러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나부터 믿고, 나에게 제일 먼저 확인하는 진짜 내 사람이 있음을 안 이후로는. 가만 보니, 그저 그런 보잘것없는 인연이나 멋대로 오해하고 마음대로 떠들고 다니더군. 그런 사람은 부디 오해한 채 그대로 멀리 사라져 주길.
오해는 불필요한 사람을 걸러내는 편리한 도구가 된다. 어중이떠중이로 가득한 인연에서 알맹이만 남는 거다. 원래 인맥이란 허울 좋은 말이다. 겉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별로 없다. 사람을 두루 사귀어보면 진국인 사람은 몇 없다. 알맹이 겉에 묻어 있는 지저분한 흙과 껍데기는 후드득후드득 털어 내야 옳다. 걸치레가 그럴듯하다고 해서 소중한 관계는 될 수 없으니.
고작 사소한 오해로 틀어지는 사이. 마치 오해하려고 준비했던 사람처럼 군다. 그런 인연은 빈 쭉정이에 불과하다. 그러니 마음 다칠 일도 아니다. 걸러내고 남은 내 사람고 무르익으면 될 일이다.
본문 中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원만하길 바란다. 그러기에 오해가 생기면 그 오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상처를 받고서야 천천히 깨닫는다. 오해는 상대의 권한이란 것을. 오해의 상대는 또 다른 이야기에 덭붙여진 진짜 같은 사실로 변한 오해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그러니 수많은 가짜뉴스, 험담, 왜곡된 역사관등이 끊기지 않고 재현되는 게 아니겠는가. 저자는 말한다. 꼬인 관계의 실체(오해)에 대해 담대해지라고.
그리고 그 관계에 매달리는 원인은 내 탓이 아니라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상대,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 무례한 상대 탓이라고.. 그런 사람이라면 내 선에서 과감히 자격박탈해야 옳은 게 아닌가.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집중해야 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하다 보면 공적인 업무, 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만약 업무적인 일을 하다 꼬인 것이라면 철저히 논리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내가 관계하고 싶은 감정적인 사람과의 오해의 해법이 필요하다면 다른 문제인 것이다.
저자의 시크한 제안이 맘에 든다. 오해에 대해 슬퍼하지 말란다. 오해는 불필요한 사람을 걸러내는 편리한 도구니까.
"시간은 거름종이 같아서 흐를수록 자연히 나쁜 인연을 걸러줍니다."
하지만 나는 이마저도 모든 관계는 시한부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것은 세상에 없다. 인생은 엄밀히 따지면 혼자다. 그러니 관계에 힘들어할 필요 없다. 내가 제대로 서 있고, 잘 살고, 당당하면 사람들은 앞다투어 나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욕심쟁이와 같다. 사는 동안 나를 좋아하고 나를 믿어주고 나와 함께 웃어줄 사람과 잘 지내기만 해도 멋진 삶이 아니겠는가. 결국 자신을 잘 가꾸고 사는 사람에게 모든 관계의 키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나는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주관이 있다. 말 수가 적은 사람, 말 한마디에 신중한 사람, 말을 참 이쁘게 하는 사람이다. 같은 말을 해도 신경 써서 따뜻하게 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따뜻하게 말하는 사람은 결국 따뜻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니까. 그것은 습관이 되고 성품으로 완성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결국 스스로 다듬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시간 중에 글쓰기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통제하고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 불편한 감정, 좋았던 감정을 기록하고 잊지 않고 정리하면서 좋은 성품으로 다듬어야 한다. 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