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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상황이 선명하게 요약되도록


무엇을 기록해야 하냐고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직장 생활할 땐 업무다이어리를 끼고 살았던 것 같다.  하루에도 수차례 쏟아지는 지시사항들과 업무피드백을 적은 메모들이 다이어리 안에 가득 찼었다.  기록의 중요성을 나는 경험상 누구보다 확신하고 있고, 나의 기록들은 오랜 근무경력을 대변하듯 매번 실력 발휘를 했었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것으로는 박근혜 게이트 관련 법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증거채택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기록인가?라는 의문에 도달한다.  예컨대 독서의 최종 목적은 책 내용을 뇌에 입력하는 동시에 상상으로 출력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때 기록이라는 인출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 그저 읽었다는 자기만족에 그칠 뿐이다.



기록학자인 김익한 교수는 '거인의 노트'에서 기록만이 자신의 삶을 성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기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기록형 전략가'가 바로 우리가 존경하는 이순신장군이시다.



효용성이나 효과보다는 '기록'이라는 결과물 자체가 기록의 가장 큰 쓸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승희 '기록의 쓸모'



우리는 매년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어 다이어리든,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기록을 향한 집념을 키운다.  하지만 대부분 게으름에 손을 떼버린다. 매일매일을 귀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의미를 주는 최초의 발걸음이 바로 기록이다. 기록에 대한 찬사를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억하시나요?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기록은 어렵다고들 말한다. 왜냐하면 기록하지 않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쉬운 선택을 한 대가는 어느 순간 단어들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 당황함으로, 매일매일이 똑같은 지루한 일상으로 무의미한 시간들로 채워지게 된다.  저자는 기록에 대한 의미를 작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어떤 하루의 끝에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한테 중요한 것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불행해지고 만다는.  이런 마음을 내내 안고 살지 않으려면 나한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잊지 않도록 어디든 적어두야 했습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기록을 하고 싶어도 어찌해야 좋을지 막막한 사람들의 안내서다.  기록이라는 것을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소재들을 던져준다.  그중에서 '#1일 1줍'은 즐겁게 봤다. 말 그대로 하루에 하나씩 순간을 수집하는 것이다.

 


"지구가 생긴 이래 같은 날씨는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을 인용하며 내 삶 속에서 만나는 날씨의 기록도 좋고, 내 베란다에서 맞이하는 저녁노을도 좋다고 말한다. 사진을 찍고, 그 아래 사진의 제목을 달아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기록이 완성된다.

 


기록에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밤에 쓰는 일기(가장 자주 앉는 곳에 비치할 것), 순간을 촬영하고 제목을 달아주는 것, 수많은 상대들과의 대화들을 메모하는 것(영감), 가족들과의 사랑을 남겨두는 것(손글씨, 메모, 사진등).. 일상을 사랑하는 방식을 그녀는 기록으로 말한다.  기록을 생활화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일상의 메모는 일상의 관심과도 같은 행위다.  이때 기록은 집중한 사물(또는 생각)에 대한 함축적 요약이 필요하다.  잊지 않기만을 위해 기록을 하는 사람은 적었다는 안도감으로 기억을 상쇄할 수 있다.  기록의 요령은 생략된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는 함축어가 되어야 한다.  즉 '자기화'한다는 의미다.



"똑같지, 뭐"하며 입을 다물던 내가, 이전보다 쉽게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_김신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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