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句漫興九首(절구만흥9수-1,2,3,4,5,7,9) 감흥이 생겨나 뜻 가는 대로 지은 절구, 9수 (七言絶句)
숙종 상원 2년(761) 봄, 바로 앞의 〈강반독보심화칠절구(江畔獨步尋花七絶句)〉와 같은 시기에 지어졌다. 두보는 성도 초당에서 두 번 째 해를 맞이하였다. 무료하게 보내다 새봄을 맞고는 눈길 닿는 대로 집 주변의 물상을 자유롭게 읊었다. 별일 없이 평온하지만 시름은 안에 웅크려 있다.
1
眼見客愁愁不醒(안견객수수불성) 객이 시름하다 시름에서 못 깸을 눈으로 보고도
無賴春色到江亭(무뢰춘색도강정) 함부로 굴어대는 봄빛은 강변 정자까지 찾아왔네.
卽遣花開深造次(즉견화개심조차) 곧장 꽃들을 매우 다급하게 피어나게 하고
便敎鶯語太丁寧(편교앵어태정녕) 문득 꾀꼬리를 몹시 간절하게 울도록 하네.
* 안견(眼見) : 봄이 눈으로 두보의 시름을 본다는, 의인화된 설정이다. * 객(客) : 두보 자신을 대상화한 것임.
* 강정(江亭) : 금강정(錦江亭)을 가리킴.
* 조차(造次) : 갑자기, 다급하게, 분주하게의 뜻.
* 정녕(丁寧) : 간절한 모양.
2
手種桃李非無主(수종도리비무주) 손수 복숭아 오얏 심었으니 임자가 있고
野老牆低還是家(야노장저환시가) 촌 노인의 담장 낮더라도 집이긴 하다.
恰似春風相欺得(흡사춘풍상기득) 흡사 봄바람은 괴롭힐 수 있다는 듯이
夜來吹折數枝花(야래취절수지화) 밤사이 불어와 꽃가지 몇 개 분질러놨네.
* 야노(野老) : 두보 자신을 가리킴.
3
熟知茅齋絶低小(숙지모재절저소) 초가집 몹시 낮고 작은 줄 잘 알아도
江上燕子故來頻(강상연자고래빈) 강변의 제비 짐짓 빈번히 찾아든다네.
銜泥點汙琴書內(함니점오금서내) 진흙 물고와 거문고 책 속까지 더럽히며
更接飛蟲打著人(갱접비충타착인) 날벌레 잡느라 사람과 부딪치기도 하네.
* 모재(茅齋) : 완화계의 초당(草堂)을 가리킴.
4
二月已破三月來(이월이파삼월래) 이월도 다 지나 삼월이 찾아왔는데
漸老逢春能幾回(점노봉춘능기회) 점점 늙어져 봄을 몇 번이나 맞으랴!
莫思身外無窮事(막사신외무궁사) 몸 밖의 끝도 없는 일일랑 생각지 말고
且盡生前有限杯(차진생전유한배) 생전에 한정된 술이나마 다 마시고 말리.
* 유한배(有限杯) : 살면서 마실 수 있는 한정된 양의 술을 가리킴.
5
腸斷江春欲盡頭(장단강춘욕진두) 애 끊어놓는 강변의 봄빛 다해갈 즈음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입방주)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 꽃 핀 물가에 섰네.
癲狂柳絮隨風舞(전광류서수풍무) 미친 듯이 버들개지는 바람 따라 춤추며
輕薄桃花逐水流(경박도화축수류) 경박한 복사꽃은 물결 좇아서 흘러가누나.
* 두(頭) : 시(時)와 의미상 통함.
* 장려(杖藜) : 명아주 지팡이를 짚다.
7
糝徑楊花鋪白氈(삼경양화포백전) 버들개지 흩날린 길은 흰 담요 깔아놓은 듯
點溪荷葉疊靑錢(점계하엽첩청전) 냇물에 점점이 뜬 연잎은 푸른 동전 이어진 양.
筍根雉子無人見(순근치자무인견) 죽순 아래 꿩 새끼 사람 눈에 아니 띄는데
沙上鳧雛傍母眠(사상부추방모면) 모랫벌 오리새끼 어미 곁에서 잠자고 있네.
* 삼(糝) : 흩어지다.
9
隔戶楊柳弱嫋嫋(격호양류약뇨뇨) 문 너머 버들 연약해 흐늘거리니
恰似十五女兒腰(흡사십오여아요) 흡사 열다섯 아가씨의 허리 같아라.
誰謂朝來不作意(수위조래부작의) 아침이 생각 없이 올 줄 누가 알았나?
狂風挽斷最長條(광풍만절최장조) 미친바람이 제일 긴 가지 분질러놨네.
* 뇨뇨(嫋嫋) : 가늘고 길며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양.
* 수위(誰謂) :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